국민연금 수익률 11.3%…역대 최고

입력 2020-02-27 17:20   수정 2020-02-28 02:45

7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11.3%의 수익률을 거뒀다. 2018년 마이너스 수익률(-0.92%)을 낸 이후 1년 만의 반등이다. 해외 투자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국민연금은 27일 지난해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이 11.3%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만 해도 연초 이후 공식 운용수익률이 9.72%였으나 한 달 새 2%포인트 가까이 높였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 평가액은 736조원이다. 한 해 기금운용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73조4000억원에 달했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해외 투자 부문에서의 성과가 수익률 반등의 발판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해외 주식에서 30.63%, 해외 채권에서 11.85%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증시가 26.83% 상승한 데다 원·달러 환율 역시 3.55% 오른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11월까지 6.2%에 불과했던 국내 주식 수익률도 12.58%로 한 달 만에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 상승률(7.67%)보다 높은 수치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LG화학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주가가 반도체, 전기차 등에 대한 수요 증가 기대로 작년 말 뛰어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반도체산업 등 수출기업의 실적 회복 기대로 증시가 10% 가까이 상승하면서 두 자릿수 수익률 달성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 등 국민연금이 중점을 두고 있는 대체투자 분야의 지난 한 해 수익률은 9.62%였다. 대체투자가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5% 수준이다. 이 가운데 70% 이상이 해외에 집중돼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포트폴리오에서의 성과가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였다”며 “벤치마크 대비 실적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저수익 자산은 줄여가는 추세다. 2009년 전체 자산의 77.5%에 달했던 채권 비중은 지난해 48%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주식 비중은 17.8%에서 40.6%로, 대체투자 비중은 4.5%에서 11.5%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 비중 확대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30%대인 해외 투자 비중을 2024년까지 5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해외 투자 활성화를 위한 ‘해외투자 종합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금운용본부장(CIO) 산하에 운용전략, 리스크관리, 운용지원 등 3개의 부문장직을 신설했다.

기존의 국내와 해외로 나뉘어져 있던 대체투자 관련 조직도 아시아투자팀, 미주투자팀, 유럽투자팀으로 개편했다.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국내투자팀을 아시아투자팀으로 편입시키고 해외 투자팀은 미주투자와 유럽투자로 나눠 전문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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