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에 함몰돼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게 정치다."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월31일, 대한항공에 사직서를 냈다. 2014년 '땅콩 회항' 이후 6년 만이며 대한항공에 입사한지 25년 만이다. 박 위원장은 회사를 관둘 때 '대한항공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익 개선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오는 4·15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도전한다.
박 위원장은 "돌아갈 곳이 없어야 좀 더 치열하게 도전할 수 있다"며 "대한항공 직원으로 공직에 진출하려면 또 다른 이슈를 만들고 투쟁해야 한다. 대한항공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2017년 정의당에 입당해 지난해 9월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장에 임명됐고 지난달 22일엔 정의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출마 선언을 하면서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제 청춘이 담긴 조직에서의 시간을 2020년 1월31일, 공식적으로 마무리합니다"라고 출사표에 썼다.
박 위원장은 "비행기 승객 400여명의 개성과 요구를 전부 아우르는 사무장 역할을 그간 잘 수행해온 덕에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도 자신감이 생겼다"며 "날마다 갈고닦았던 말솜씨와 행동 그리고 공감 감각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정치인 박창진'을 소개했다.
국회 입성에 도전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그는 "기성 정치가 보여온 모습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혐오감을 갖게 됐다"고 진단한 뒤 "그래서 그런지 정치를 하겠다고 하자 '욕심 많은 인간'으로 바라보는 편견들이 신경쓰였다"라고 토로했다.
이른바 '땅콩 회항'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다. '불의에 함몰돼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게 정치'라고 말한 그는 비례대표로 나서면서 '갑질 119법' '공익제보자 보호 박창진법' '재벌경영통제 강화법' '항공부문 정상화 정책패키지', '차별금지법' 등 5가지 공약을 내놨다.
'갑질 119법'이 눈에 띈다.
그는 "회사에서 공익제보나 견제적인 역할을 했다간 '박창진처럼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대부분 조직 내 분위기는 경직돼 있다"면서 "불의한 일을 당해도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이 큰 데 그런 일이 없도록 노동자를 보호해 주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우리 사회에는 약자들이 저항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는 게 박 위원장의 주장이다. 이어 "국회로 가서 갑질119법 등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법을 발의하는 게 직장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 큰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가 남매의 전장으로 떠오른 한진칼 주주총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이 추진하려는 재벌경영통제 강화법과 끈이 닿아 있어서다. 이 법은 강력한 스튜어드십 코드(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지침)를 도입해 재벌의 방만한 경영을 통제한다는 게 핵심이다.
박 위원장은 "회사가 부당한 일을 하고 경영을 제대로 안 해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의결권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한 일인데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이는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기관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물론 국민연금도 대한항공이나 한진칼에 대해서 여러차례 잘못된 부분을 고치라고 지적하긴 했지만 사실상 강제적인 실효성이 없다"며 "실질적인 권한을 주고 그걸 법으로 연결해야 방만 경영을 막을 수 있고 이사 선임과 같은 중요한 안건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고 보탰다.
끝으로 삶의 모토가 '선한 영향력'이라고 밝힌 박 위원장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이 길을 갈 수 없다. 양당 체제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동안 봐왔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정의당에 힘을 실어 주시길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 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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