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26일(현지시간) 아침에 반등하며 출발한 뉴욕 증시가 또 다시 하락한 건 뉴욕시 낫소카운티에서 83명이 감염위험으로 격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습니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수는 6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뉴욕 증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3일 <월스트리트나우>에 쓴 것처럼 경제활동을 막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약속한 미국산 제품 구매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 경기에 기름을 부을 '수출붐'이 지연된다는 뜻입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확연히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트럼프는 인도 방문 중에도 계속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를 휼륭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확산 공포로 지난 이틀 동안 미국 증시가 폭락한 것과 관련해 보건 당국이 불안감을 조장한다며 큰 불만을 내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월가엔 그동안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져도 트럼트가 재선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민주당에서 좌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부르는 샌더스 의원과 붙으면 실제 대선에서는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죠.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를 바꾸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감염이 창궐해 팬데믹(대유행)이 나타날 경우 미국인들은 병원을 찾게됩니다.
미국의 병원은 월 수천~수만달러의 의료보험을 낼 수 있는 부자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곳이지만, 그렇지 않은 중산층 이하에게는 너무나 먼 곳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돼 병원을 찾을 경우 검진비가 2000~3000달러에 달합니다. 검진은 대부분의 의료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미국인들이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적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생기면, 미국의 의료체제는 온갖 구멍을 드러낼 것입니다. 중산층 이하의 수많은 미국인은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샌더스 의원의 대표적인 공약중 하나는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입니다. 부유층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재원으로 전국민에게 무료 건강보험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팬데믹이 나타나게된다면 미국인들은 그동안 가졌던 의료체계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킬 수 있다"며 "이들은 샌더스의 '메디케어 포 올'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주 열린 네바다주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 후보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의 ‘메디케어 포 올’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전체의 54%에 달했습니다.
샌더스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 탓인지, 이날 월가의 유명 투자자 두 명이 샌더스를 노골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증시의 하락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면 왜 유나이티드헬스케어(미국에서 가장 큰 건강보험 회사)의 주가가 S&P500 지수보다 훨씬 낮아졌는가"라며 그 탓을 샌더스 의원의 부상 탓으로 돌렸습니다.
레온 쿠퍼맨 오메가 CEO는 "증시 폭락의 원인중 하나는 바이러스지만, 두번째는 우리가 백악관에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를 갖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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