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檢 '강세 수사' 미적거리는 이유…법조계 "형사처벌 한계 많아"

입력 2020-02-27 16:44   수정 2020-02-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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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법(감염병예방법·검역법·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감염병 확진자뿐 아니라 의심자에 대해서도 정부의 격리조치 등을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감염병 의심자를 정의하기도 애매한데다 현행 법률 체계에 여러가지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정부가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과 경찰이 섣불리 수사에 나섰다간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압에 역효과가 나올 것이란 분석도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존 감염병 예방법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를 한 사람을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상이 감염병 환자로 한정돼 있어 31번 환자처럼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조치를 어긴 경우를 기존 법령에 따라 처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이 같은 법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회는 전날 감염병 의심자에 대해서도 정부의 격리나 입원 조치 등을 따를 의무를 부여하는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벌칙 조항은 정부가 공포한 후 1개월 후에 즉시 시행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하려면 고의성, 인과관계, 책임성 등이 엄격하게 규명돼야 한다”며 “다른 사람에게 병을 전파할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의도적으로 타인과 접촉했다는 점을 밝혀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도 “발열 기침 등 증상이 없고 중국을 다녀온 전력도 없음에도 신천지 활동을 했다는 이유 만으로 감염병 의심자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감염병 의심자로 정의하는 단계부터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많지 않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창궐했던 2015년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기소된 건수는 81건으로 2014년(86건)과 2016년(77건) 등과 비교할 때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메르스 당시는 전국 대확산이 없었을 뿐더러, 형사처벌 대상 범위나 처벌 규모가 지금보다 낮아 메르스와 이번 코로나19를 단순 비교할 순 없다”면서도 “2015년에도 감염병 예방법 위반 건수가 많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법 위반 행위의 고의성과 인과관계 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마스크 사재기', '허위사실 유포' 등 비교적 규명하기 쉬운 범죄에 대해선 형사처벌이 많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일선청에 '코로나19 관련 사건 엄단 지시 및 사건처리기준 등 전파' 공문을 내려 보냈다. 행정기관의 역학조사 거부 또는 방해, 마스크 유통교란 사범 및 사기, 허위사실 유포, 환자 정보 유출 등 코로나19 관련 사건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법률 체계에 여러가지 구멍이 뚫여 있어, 실제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를 감염병예방법 2조에 나오는 1급 감염병의 정의 가운데 ‘신종감염병증후군’으로 포괄적으로 표현된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복지부는 아직 코로나19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향후 법 개정상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코로나19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메르스, 신종인플루엔자 등과 함께 감염병예방법상 1급감염병으로 나열하지는 않은 상태다. 복지부는 감영병예방법이 아닌 검역법상 고시를 통해 코로나19를 신종감염증증후군으로 지정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에서 검역법을 준용한다는 규정이 없다면 법률 해석이 예매한 측면이 있다”며 “설사 검사가 이 법을 근거로 기소를 하더라도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유추해석 금지, 명확성의 원칙 등에 따라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마자 가장 먼저 이 병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한 것”이라고도 했다. 의사 출신인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도 “현행법 규정상 불명확한 점이 있어 행정처분을 하더라도 ‘근거가 부족한 처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이 섣불리 코로나19 관련 범죄 수사에 나섰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만약 세월호가 막 가라앉는 상태인데,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지 않고, 수사기관이 책임자 처벌에 섣불리 나선다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현 상태에서 검·경이 강제 수사를 벌이면 정부의 방역 작업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학조사에서 거짓 진술한 신천지측에 대해서도 바로 압수수색과 소환 등 강제수사에 나선다면 이들이 더욱 음지로 숨어들어, 정부의 역학조사가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수사는 은밀히 진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유포범들에 대해 현재 검찰이 이례적으로 약식기소가 아니라 정식기소하고 있는 점을 볼 때, 감염병 예방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 엄벌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감염병 예방법의 처벌 수위가 낮다며 수사기관이 상해죄, 과실치사상죄 등을 적용해 정부의 격리조치 등을 어긴 사람들을 적극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편 전국신천지피해연대는 이날 신천지의 이만희 교주를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천지가 집회장과 신도 숫자를 축소해 정부에 제공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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