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땐 뭐든 한다는 트럼프…이대로면 '韓 입국금지' 배제 못해

입력 2020-02-27 17:17   수정 2020-03-28 00: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과 여행금지 조치를 꺼내지 않으면서 일단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한 때가 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두면서 언제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게 됐다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이탈리아를 거론하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상당히 세게 타격받았다”고 했다.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이탈리아는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미 이틀 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중국과 동급이자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했다. 자국민에게 “불필요한 한국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 산하 부대와 민간인, 계약업체에 불필요한 한국 여행을 즉각 제한한다고 밝혔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3월 초로 예정됐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한다고 27일 발표했다. 한·미 군 당국이 ‘연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한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과 향후 일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반기 훈련을 취소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감염병이 한·미연합 훈련에 영향을 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더해 미 국무부는 이날 한국 여행경보를 3단계 ‘여행 재고’로 격상했다. 지난 22일 여행경보를 2단계 ‘각별한 주의’로 올린 지 나흘 만이다. 미 국무부가 전쟁, 테러, 납치 등이 아니라 코로나19만을 이유로 3단계 이상 여행경보를 발령한 나라는 중국(본토)에 이어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면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국무부 여행경고를 중국과 같은 4단계(여행 금지)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 또 한국발 외국인 입국을 차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국발 미국행 항공편은 여객기만 주 191회에 달한다. 미국에 들어오는 한국인은 많을 땐 월 22만 명(지난해 7월 기준)을 넘는다. 한국발 입국이 제한되면 여행뿐 아니라 수출 등에도 일파만파의 충격이 미칠 수 있다.

미국 항공사들은 국무부와 CDC의 여행경보 격상에 맞춰 한국행 항공편 운항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델타항공은 탑승객과 승무원 안전을 위해 29일부터 4월 30일까지 미국발 한국행 여객기를 1주일에 28편에서 15편으로 줄이기로 했다. 하와이안항공은 3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 인천~호눌룰루를 오가는 항공편(주 5회)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은 한국행 비행편 예약을 연기할 경우 일정 기간 예약수수료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중국에 대한 국무부 여행경보를 4단계로 올린 데 이어 이달 2일부터 미국 방문 전 14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차단했다. 미 항공사들은 중국행 항공편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자칫하면 한국이 이런 중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입국제한이 효과적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국에 대한 여행제한 완화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도 “(지금은)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도 “(중국에 대한) 여행제한은 과학적 조치에 근거한 것”이라며 “(코로나19) 봉쇄에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의 코로나19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미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CDC의 판단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떤 상황이 돼도 (미국은) 준비돼 있고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도 미국 사회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로스앤젤레스 인근 오렌지카운티, 샌디에이고 등 미국 서부 지방정부들이 잇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정호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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