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

입력 2020-03-01 17:49   수정 2020-10-18 15:2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이 소비·생산 등 실물경제 위축을 넘어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 ‘코로나19 경제충격과 대응방안’을 놓고 진행한 경제학자 인터뷰에서 이들은 한목소리로 “올해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의 충격이 영세한 자영업자·중소기업, 과도한 가계대출 등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에 집중되면서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차입금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연체자가 속출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2%대까지 치솟으면서 금융부실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 2000조원을 넘어선 부동산 관련 금융부채와 670조원이 넘는 자영업자의 빚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금융부실의 파급 경로를 차단하면서 방역대책 마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가 많은 항공업체와 자영업자가 쓰러지면 실물·금융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한계에 내몰린 기업과 자영업자에 더 구체적이고 강력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갑영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최선의 경기부양 대책은 지역감염 확산을 막는 것”이라며 “방역대책에 재정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생산·소비 위축 → 소득 감소 → 연체 속출…코로나發 빚폭탄 터질 수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외 경제에 ‘퍼펙트 스톰’(복합 악재에 따른 초대형 위기)을 부를지 모른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와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등은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경제학자들도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경기침체로 내수가 무너지고 수출길마저 막힐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과도한 가계부채’와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을 무너뜨리면서 전체 경제 시스템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금융회사 연체율 높일 우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일 코로나19를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1년 만에 가장 부진할 걸로 내다봤다. 무디스도 최근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번질 확률을 기존 20%에서 40%로 끌어올리면서 “올 상반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시각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됐다”며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데다 국내 기업들의 생산에도 차질이 생긴 만큼 경제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위축이 금융부실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 소득에 비해 빚을 많이 냈고 벌이가 시원찮은 자영업자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적잖은 차입금을 조달했다”며 “코로나19로 생산·소비가 위축되면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고 이자비용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빚(가계신용) 잔액은 1600조132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빚 비중은 83.3%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위험수위 임계치(80%)를 넘어섰다.

“방역·마스크·병상 투자에 재정 쏟아야”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16조원 규모 민생·경제대책에 대해 “실효성 없는 F학점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의 초점을 ‘소비 확대’에 맞춘 데 대해 “실책”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정부 대책에는 3~6월에 쓴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두 배로 늘리고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반적 경기부양 대책이지 코로나19 맞춤형 지원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감염 우려로 외출을 삼가야 할 시점에 소비를 장려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마스크 공급, 병실 공급 확대 등 방역과 국민안전에 써야 할 돈을 엉뚱한 곳에 쓰려 하고 있다”며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은 코로나19가 잡힌 뒤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 씀씀이를 늘리기로 한 데 대해 “민간 투자·소비를 위축시키는 이른바 ‘구축효과’만 부각될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을 늘리면 시장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비용항공사(LCC)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정부가 내놨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이들 업체의 신용도가 낮아 금융회사 대출심사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실제 현실에 맞게 지원대책을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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