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원리금 상환 실패가 속출할 것을 우려해 일부 펀드에서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들이 발행한 ‘투자부적격(정크)’ 등급 회사채의 장내 매매 가격이 최근 며칠 새 동반 급락했다. 에코마이스터의 제3회 채권이 지난 5거래일에 걸쳐 50% 넘게 떨어진 것을 비롯해 뉴로스(11회), 리더스기술투자(9회), 재영솔루텍(11회), 유니슨(13회) 등이 같은 기간 2~6%의 낙폭을 나타냈다.
이들 회사채는 모두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서 신주인수권을 떼낸 일반채권이다. 주가와 상관없이 원리금 상환 능력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일 만에 2% 이상 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시장 참여자들은 코스닥벤처펀드와 같은 주식연계증권(ELB) 전문 투자기관이 보유 물량을 꾸준히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여파로 최근 곳곳에서 비우량 기업이 ELB 만기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코로나19 확산까지 더해져 부도 공포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작년 말 이후 공모 ELB 발행기업 중 세 곳의 신용등급이 ‘B-’ 이하로 떨어졌다. 원리금이 정상적으로 상환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해운업체 흥아해운(유동성 악화), 비상장 플라스틱 가공업체 에이유(회생절차 신청), 에코마이스터(은행 차입금 3억원 연체)가 각각 B-, D, CCC 등급을 받았다.
실제 부도 위기에 처한 코스닥 기업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는 게 펀드매니저들의 평가다. 비우량 기업 대부분이 공모 BW 대신 사모 전환사채(CB)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해 왔기 때문이다. 사모 CB는 신용등급이나 평가(거래) 가격을 공시하지 않아 실태 파악이 어렵다.
금융투자업계도 정크본드 시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난 16일 미래에셋대우 등 6개 대형 증권사는 사장단 회의를 열어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6000억원을 마련해 건전한 기업의 CB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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