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소득공제율 두 배 확대…車 개별소비세도 70% 인하

입력 2020-02-28 17:36   수정 2020-02-29 00:30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16조원을 쏟아붓는다. 대규모 재정 투입과 감세, 금융 지원을 통해 침체된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 들어가는 돈은 △예비비 투입 등 재정 2조8000억원 △세제 지원 1조7000억원 △금융 지원 6조2000억원 등 16조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대책에 더해 다음주 6조2000억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소비 진작이다. 먼저 3월부터 6월까지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을 두 배로 확대한다. 같은 기간 자동차 개별소비세는 100만원 한도로 70% 한시 인하한다. 노인일자리 참여자의 월급을 20% 올려주고 인상분을 상품권으로 주는 ‘일자리 쿠폰’, 지역 관광명소를 방문해 찍은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 10만원 상당의 관광상품권을 지급하는 ‘관광 쿠폰’ 등 5대 소비쿠폰도 지급한다.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하면 50만원의 가족돌봄비용을 지원한다.

의료기관 지원과 취약계층 마스크 배포 등 방역 관련 대책에는 1조원을 투입한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서는 임대료를 깎아준 건물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기업은행 등을 통해 4조8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신규 지원하기로 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 진작도 해야 하지만 지금은 방역 대책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경제 살리려 26조원 쓴다는데
"헛돈 되지 않으려면 방역이 0순위"


28일 정부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대책’은 크게 내수 활성화와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등 두 갈래로 나뉜다. 고꾸라진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높이고 소비쿠폰을 뿌리기로 했고,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과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임차료 인하와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정부는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과 이동을 최소화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장려하는 정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정부 종합대책에 들어가는 돈은 정부 자금 7조원(재정 2조8000억원, 세제 1조7000억원, 금융 2조5000억원)과 공공기관·금융회사 9조원 등 총 16조원이다. 앞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비비 등을 통해 4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만큼 확정된 코로나 대응자금은 2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6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될 추가경정예산안이 다음달 더해지면 총규모는 26조원 이상으로 불어난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가장 힘을 준 대목은 소비 활성화다. 이를 위해 다음달 1일부터 6월 말까지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사용액의 15%→30%)과 체크카드 공제율(30%→60%)을 두 배로 올리기로 했다. 같은 기간 승용차를 살 때 내는 개별소비세도 5%에서 1.5%로 70% 인하한다. 감면 한도는 100만원까지다. 기업들의 ‘씀씀이’를 늘리기 위해 접대비를 필요경비로 인정(손금 산입)하는 한도도 최대 두 배 올려주기로 했다.

전통시장 등 지역 상권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 규모를 3조원에서 6조원으로 늘린 게 대표적이다. 할인율도 5%에서 10%로 높였다. 소비자는 10만원짜리 상품권을 9만원에 살 수 있다. 차액은 정부가 보전해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는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확대된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 보수도 사실상 20% 더 준다. 총보수의 30%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는 사람에 한해 총급여의 20%만큼을 상품권으로 더 주기로 했다. 현재 월 27만원을 받는 노인의 수령액은 32만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대책도 여럿 내놨다. 내년 말까지 연매출이 6000만원을 밑도는 개인사업자는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을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낮춰주기로 했다. 1인당 세금 감면 혜택은 연간 20만~8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소상공인에게 빌려줄 연 1%대 저금리 대출 재원을 1조2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확 늘렸다. 건물주의 임대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임대료 인하분의 절반만큼을 소득·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해주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재난급 위기로 실물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만큼 종합적인 경기부양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점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데다 언제쯤 잦아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는 소비 활성화 대책을 덜컥 내놨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문화·예술시설 입장료 50% 감면 △국내 관광 휴가비 지원 △지역축제 및 관광명소 방문 인증 시 10만원짜리 국민관광상품권 지급(6만 명)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올 상반기 유통업체와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동행세일’도 열기로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이동을 최소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시점에 정부가 시민의 외출·이동을 부추기는 ‘헛발질 정책’을 내놨다”고 했다. 그는 “방역도 잡고 경제도 살리는 건 현시점에선 어렵다”며 “차라리 빨리 매를 맞고 끝내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수영/이태훈/서민준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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