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사실상 韓진출 무산…결제수수료·NFC 보급이 발목

입력 2020-03-01 18:10   수정 2020-03-02 01:01

애플페이의 한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무산됐다. 애플과 국내 카드업계 간 협상이 불발돼서다. 애플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정식 진출하지 않고 있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국내 카드업계에 결제액의 1% 내외 무카드거래(CNP)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드업체들은 이 같은 애플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업체 중 카드사에서 CNP 수수료를 받는 곳은 없다. 삼성페이의 경우 소비자가 지문·홍채인식을 사용하면 카드사가 건당 5원 안팎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수수료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모바일 인증업체가 가져간다.

또 다른 큰 걸림돌은 NFC 단말기다. 애플은 국내 진출 조건으로 카드사에 NFC 단말기 보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바일 결제시장은 마그네틱 전송(MST) 방식을 사용하는 삼성페이와 바코드·QR코드 결제를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사들로 양분돼 있다. 마그네틱 카드를 자기장으로 구현한 MST 방식은 기존 결제단말기에서도 결제가 가능하고 QR코드와 바코드는 추가 설치 비용이 적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반면 NFC 결제를 위해서는 전용 단말기가 필요하다. 페이코도 2015년 출시 당시 3만여 대의 NFC 단말기를 자체 보급했지만 비용 문제로 주력 결제수단을 바코드 결제로 변경했다. NFC 단말기 가격은 개당 평균 15만원 이상이다.

신용카드로 NFC 결제가 가능해지면 애플페이 도입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사는 이르면 2022년까지 EMV 규격에 NFC를 포함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EMV는 유로페이·비자·마스터카드의 앞글자를 딴 용어로 국제 카드 표준규격을 뜻한다. 표준규격에 NFC 기능을 포함하면 글로벌 카드 브랜드 로고가 붙은 카드는 모두 NFC 결제가 가능해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NFC 결제 문제만 해결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아이폰 사용자를 잡기 위해 수수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애플페이와 제휴하려는 업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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