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에 밀린 '디카'…10년 새 10분의 1 토막

입력 2020-03-01 16:53   수정 2020-03-02 00:53

디지털카메라 업계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엔 한·일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의 복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여기에 빠르게 진화하는 휴대폰 카메라도 디지털카메라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불매운동 여파 가시기도 전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2010년 1억2146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는 올해 글로벌 디지털카메라 출하 대수를 1167만 대로 전망했다. 지난해 1521만 대보다 23.3% 줄어든 수치다. 전성기인 2010년과 비교하면 10분의 1 이하로 시장이 쪼그라든 셈이다.

한국 카메라 시장은 일본 기업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일본 카메라 시장의 ‘투톱’으로 꼽히는 니콘과 캐논을 견제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가 없어서다. 지난해 한·일 무역갈등이 터졌을 때만 해도 낙관론이 우세했다. 대체 제품이 없는 만큼 불매운동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상은 달랐다. 신제품 발표 행사가 취소되고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지난해 카메라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시장 분위기가 누그러진 것은 올해 초였다. 주요 카메라 브랜드들은 일제히 하이엔드급 신제품을 내놓으며 권토중래를 다짐했다. 캐논은 8K(7680×4320) 동영상, 초당 20장 고속 연속촬영 기능을 갖춘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를 내놨다. 니콘은 35㎜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D6를, 후지필름은 셔터 속도 6.5단에 4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적용한 고급 미러리스 카메라 X-T4를 공개했다.

이번엔 코로나19가 카메라 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27일부터 일본 요코하마 퍼시픽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CP+ 2020’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결국 취소됐다. CP+는 상반기에 열리는 글로벌 최대 규모 광학기기 전시회다. 시장의 관심을 끌어올릴 기회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실망감은 컸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플래그십스토어 ‘캐논플렉스’를 소개하는 미디어 행사를 이달 8일 열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제품 체험과 구매, 서비스, 아카데미, 갤러리 등 디지털카메라와 관련한 복합공간으로 확대 이전한 매장과 신제품을 소개하려던 자리다. 캐논 측은 “행사를 다시 개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줄줄이 중단되고 있다. 후지필름은 쿠킹 로그와 체험 프로그램 등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소니도 소니 알파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출사 강좌 등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층 더 강해진 ‘폰카’

경쟁적으로 사양이 고도화되는 휴대폰 카메라는 카메라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 초창기만 해도 ‘폰카’와 ‘디카’는 다른 세계의 제품이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12년부터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1000만 화소급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쏟아지면서 디지털카메라의 영토가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의 차이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제품 차별화를 위해 후면에 3~4개의 카메라를 장착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휴대폰 카메라 사진의 품질이 디지털카메라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 갤럭시S20는 고급 디지털카메라의 상징인 ‘1억 화소’의 벽을 넘어섰다. 광각, 망원 카메라를 따로 담았으며 UHD보다 4배, FHD보다 16배 선명한 8K 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애플도 카메라에 ‘올인’하고 있다. ‘아이폰11프로’는 야간모드를 지원한다. 휴대폰 카메라의 한계로 여겨졌던 실내, 저조도 촬영이 한층 더 용이해졌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카메라 업체들이 제품군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인을 겨냥한 보급형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선 승산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심자를 겨냥한 저렴한 카메라들을 서서히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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