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부통령과 의회 의원 등 정부 고위층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엔 “의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1일 알아라비야에 따르면 전날 마수메 아그하푸르 알리샤히 이란 의회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다. 알리샤히 의원은 이날 “의회 내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아사돌라 압바시 이란 의회 대변인은 “의회 의원 중 100명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테스트를 벌였다”며 “이중 다섯 명이 양성 반응을 보여 확진자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날 이란 국영 웹매체인 엔테하브는 이란 정부서 요직을 역임했던 무스타파 푸어모하마디 전(前) 법무장관도 코로나19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현지 민영 언론 등에선 푸어모하마디 전 장관이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보도가 여럿 나왔다.
푸어모하마디 전 장관은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어모하마디 전 장관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이란 내무장관을,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이란 법무장관을 지냈다. 1988년 이란 내 정치범 대거 처형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란에선 최근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면서 정부 요직 인물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전날엔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니 다스타크 이란 의회 의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는 보도가 이란 반관영 파스통신 등을 통해 나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 의원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IRNA통신은 “라마자니 의원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적국의 화학 공격으로 인해 폐 질환을 얻었다”며 “이때문에 독감 증상이 악화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19일 발생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두 명 중 한 명에 대해서도 같은 설명을 내놨다. 사망자가 코로나19에 걸리긴 했지만, 예전 이른바 '적국'의 공격으로 인해 얻은 기저질환이 있어 이때문에 숨졌다는 주장이다.
전날 이란 보건부는 이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593명, 사망자는 43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이란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완치된 이들은 123명에 달한다. 지난 19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불과 10여일 만에 다섯명 중 한 명 꼴로 코로나19가 완치됐다는 얘기다.
국내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총 확진자 3150명 중 국내 완치자는 28명으로 완치율이 0.9% 수준이다. 국내 병원 병상은 인구 1000명당 12.3개지만 이란은 1.5개에 그치는 등 의료 인프라 수준 차이를 고려할 때 이란 당국이 발표한 완치자 수는 매우 이례적이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이란 보건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란이 훌륭한 의료 수준을 바탕으로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다”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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