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정부가 잇따라 항공기 입국 금지 및 제한에 나서면서 한국 저비용항공사(LCC) 비행기 90%가량이 멈춰 섰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오전 제주항공에 한국발(發) 항공편에 탑승한 외국인을 입국 금지한다고 알려 왔다.
제주항공은 현지에 남아 있는 승무원과 관광객을 데려오기 위한 ‘페리 운항(승객 없이 승무원만 탄 채 운항)’을 마지막으로 주 9회 운항하던 코타키나발루 노선을 운항 중단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러시아 정부가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제한하면서 인천~블라디보스토크(주 3회) 노선을 운휴했다.
베트남 하늘길도 닫히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29일 한국발 여객기가 하노이·호찌민 공항에 착륙할 수 없다고 항공사들에 통보했다.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 공항 대신 꽝닌성 번돈 공항, 호찌민 대신 껀터시 껀터 공항으로 착륙지를 변경하라고 공지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사실상 착륙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마다 활주로 길이 등 착륙 환경이 달라 도착지가 갑자기 바뀌면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항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고 다른 공항으로 오라고 한다면 이는 입국을 거부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하노이·호찌민·냐짱·푸꾸옥 등 베트남 노선 전체를 운항 중단했다.
러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노선 등이 줄줄이 막히면서 이달부터 LCC 비행기 대다수가 멈춰 설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LCC 6개가 보유한 비행기 155대 중 139대가량이 운항하지 않고 주기장(비행기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중국 대신 동남아시아라도 갈 수 있었지만 노선 대다수가 닫히면서 인천국제공항 내 주기장에 비행기를 둘 자리가 없을 정도”라며 “한국인 입국 금지 및 제한 국가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비행기 가동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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