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자리잡은 서울돈화문국악당. 정소희 용인대 국악과 교수가 장구 반주에 맞춰 연주하는 서용석류 대금 산조 선율이 흐른다. 조명은 무대를 비추고 있지만 140석의 계단식 좌석은 텅 비어 있다. 프로젝트그룹 거인아트랩이 마련한 시리즈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마지막 ‘대금’ 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관객 없이 공연했다. 오후 3시부터 약 90분간 열린 공연 실황은 국악당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정 교수는 “침체된 공연예술계에 이런 시도가 미미하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공연계의 대응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다. 공연 규모와 대관 일정을 검토해 연기나 취소라는 ‘아픈’ 결정도 내리지만 기다려온 관객의 입장을 고려해 ‘무관객 공연’으로 ‘우회로’를 택하기도 한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이달 예정된 기획공연 ‘운당여관 음악회’도 취소가 확정되면 무관객 공연으로 온라인 생중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람권을 구매한 관객은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해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선정작인 무용 ‘힛 앤 런’도 오는 6일과 7일 예정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공연을 6일 하루로 줄여 관객 없이 진행한다. 이날 공연은 네이버에서 실시간 생중계한다. 8일까지 예정된 기획 공연을 하지 않기로 한 금호아트홀 연세도 대관 공연의 경우 연주자가 원하면 무관객 공연과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원래 정해진 날짜의 공연을 포기한다면 ‘연기’나 ‘취소’를 택해야 한다. 국립오페라단은 3월 공연 중 17일 ‘봄밤 콘서트’와 27~28일 나실인 작곡의 창작 오페라 ‘빨간 바지’는 ‘연기’했고, 다음달 9~12일 예정된 푸치니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 국내 초연은 ‘취소’했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서부의 아가씨’는 해외 제작진과 출연진이 입국해 공연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내년에 무대에 올릴 계획이어서 ‘사실상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국내 창작·출연진이 동원되는 ‘빨간 바지’ 무대는 올해안에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발레단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0~22일 예정된 ‘백조의 호수’와 27~29일 ‘호이 랑’ 공연의 진행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3월에 공연을 못 하면 ‘연기’가 아니라 ‘취소’가 될 것”이라며 “일단 이번주 경과를 지켜본 뒤 최소 공연 10일 전에 공연 여부를 결정해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무산되면 다시 일정 잡기가 쉽지 않다.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사는 다음달 7, 8일 예정된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그의 악단 무지카 에테르나의 첫 내한 공연 취소 여부다. 기획사 빈체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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