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부른 사람을 찾는 얼굴 - 최정진(1980~)

입력 2020-03-01 17:34   수정 2020-03-02 01:24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마주친 사람도 있는데 마주치지 않은
사람들로 생각이 가득하다

그를 보는 것이 긍정도 부정도 아니고
외면하는 것이 선행도 악행도 아니다

환멸은 차갑고 냉소가
따뜻해서도 아닌데

모르는 사람들과 내렸다 돌아보면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타는 것 같다

시집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문학과지성사) 中

요즘 버스에 타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습니다. 버스에 탄 사람들 중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또 모르는 사람은요. 대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우리는 동일한 안전수칙을 공유하고 아침마다 비슷한 신문기사를 확인하며, 서로를 조금씩 경계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걱정합니다. 이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는 같은 마음으로 비슷한 카페나 직장으로 오고갑니다. 서로를 돌아보면,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꼭 아는 사람들 같습니다.

주민현 시인 (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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