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이 지난 주 한진칼 주식 2.5%를 추가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28일 사이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한진칼 지분 149만1050주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전체 유통 주식 수(5970만주)의 2.5%에 해당한다. 증권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를 통해 대규모 매집을 지속하고 있는 주체를 델타항공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델타 외에 이러한 방식으로 대규모 매수를 하는 주체는 없다"고 설명했다. 2.5%가 전부 델타항공의 매집이라고 볼 경우, 델타항공 지분율은 13.5%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델타항공은 조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된다. 작년 한진칼 주식 10%를 사들인 델타항공은 올 들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자 추가 매수에 나섰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대방인 3자 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 측이 반도건설을 통해 추가 지분을 매집하자 즉각 대응 매집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21일 1%를 사들인 데 이어 지난 주 2.5%를 더 사면서 델타항공의 지분율이 기업결합신고 기준선인 15%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결권 없는 주식 제외)의 20%(상장사는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신고하여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결합신고를 하게 되면 국내외에서 여러 복잡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 기준선을 넘는 것은 델타항공도 신중하게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델타항공의 지난 주 '폭풍 매입'으로 조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총 43.58%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3자 연합 측이 공식적으로 확보한 지분이 37.62% 수준인 것과 비교해 격차가 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다만 KCGI와 반도건설 측도 일부 추가지분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KCGI가 속해 있는 '기타금융'부문은 지난 주 32만2000주(0.54%)를 추가로 사들였다.
델타항공은 지난해 한진칼 주식을 최초로 매집하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1일 1%를 사들이면서도 보유목적을 바꿔 공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하기 위해 주식을 산다면,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고 조 회장 측과 공동보유 공시를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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