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살피던 공연계가 취소·연기 공연의 범위를 3월 전체로 넓혀가고 있다. 4월 막을 올리는 음악축제는 물론 올해 내한 결정으로 화제를 모은 오케스트라 및 독주자들의 연주 여부도 불확실해지면서 상반기 전체 일정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공연계는 사상 최악의 실적이 예견되면서 최대의 빙하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1주일간 기획 공연·전시를 잠정 중단했던 예술의전당은 그 기간을 이달 전체로 늘렸다. 3일 예정된 국립합창단의 3·1절 101주년 기념음악회와 이정란의 첼로 리사이틀(7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교향곡 46곡 전곡 연주 시리즈(15일, 17일), 피아니스트 정다슬 독주회(15일) 등 3월 초·중순 공연뿐 아니라 이달 후반 예정인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20~22일)와 ‘호이 랑’(27~29일), 아니마 체임버 앙상블의 실내악(31일) 연주까지 줄취소했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30일까지 모든 교육강좌도 열지 않기로 했다.
세종문화회관도 이달 자체 기획한 공연을 모두 취소했고 대관 공연들도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차례로 취소 소식을 알리고 있다. 18~19일로 예정됐던 이고르 모이세예프 발레단 초청 공연, 한국오페라단 창단 30주년 ‘골든 오페라 갈라’(25~27일), 소년소녀합창단 ‘봄봄’ 공연(31일~4월 1일) 등 이달 예정된 공연을 모두 볼 수 없게 됐다.
연주자들의 이동이 부담스러운 해외 거주 연주자나 오케스트라들의 내한 공연도 일찌감치 연기나 취소 소식을 알렸다. 오케스트라들은 통상 아시아 투어로, 일본과 중국 일정과 함께 한국 공연을 잡는다.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등을 거쳐 17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르기로 했던 루체른 스트링 페스티벌은 지난달 중순께 ‘공연 불가’를 알려왔다. 도쿄, 오사카를 갔다 오는 10일부터 서울, 대전, 광주, 춘천으로 이어갈 계획이었던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지난달 ‘연기’를 선언했다. 1월 말까지만 해도 아시아 투어 ‘강행’ 의지를 보였지만 중국 외 지역으로의 빠른 코로나19 확산에 ‘연내 재추진’으로 급선회했다.
10일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춘 음악회도 연기됐다. 한경필은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의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들려줄 예정이었다. 한경필 관계자는 “해외에 체류 중인 지휘자와 연주자 귀국이 어려워졌고 여러 사람이 한곳에 모이는 공연에 대한 우려가 커져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홍석원 한경필 음악감독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롤주립극장 수석지휘자로도 활동 중이고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자택은 프랑스 파리에 있다. 한경필은 일단 판매된 관람권을 전액 환불 처리하고 상반기 중에 공연 일정을 다시 잡을 계획이다. 한경필 음악회에 앞서 6일과 7일 백건우와의 협연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려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도 취소됐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으면 공연계에선 다음달을 비롯해 상반기 전체 공연도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공연이 한 달 남았음에도 다음달(2~5일) 8년 만에 선보이려 한 올 시즌 첫 정기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2일 취소했다.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추이를 지켜보려 했지만 공연이 임박해 취소하면 관객뿐 아니라, 무용수와 제작진, 관련 업체까지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에는 처음 한국을 찾는 테오도르 쿠렌치스&무지카 에테르나(7, 8일) 공연과 샤를 리샤르-아믈랭 피아노 독주회(15일), 김선욱이 협연자로 나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24일)과 바딤 레핀이 협연자로 무대에 오르는 스트라스부르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30일)이 예정돼 있다. 5월엔 영국의 로열 노던 신포니아의 내한(10, 11일), 손열음 독주회(13일), 레이첸과 선우예권의 슈퍼 듀오 시리즈(15일), 리처드 용재 오닐 독주회(20일) 등이 잡혀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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