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강제수사 해야" vs "방역도움 안돼"…공 넘겨받은 檢은 신중

입력 2020-03-02 17:36   수정 2020-03-03 01:45

신천지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속도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권과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연일 검찰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압박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을 자제해달라”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강제수사에 신중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이미 상당한 증거인멸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檢에 “압수수색 말라”는 방역당국

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복지부와 질본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관계자를 세종시로 불러 “신천지 수사에 신중을 기해달라”며 “검찰 조치가 필요할 때는 별도로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방역당국의 별도 요청이 있기 전까지는 신천지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고발 및 수사의뢰가 없더라도 강제수사를 적극 검토하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와 상반된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측이 제공한 (교인) 명단이 실제와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신천지 고발의 배경이 된 ‘허위 자료 제출 의혹’을 복지부가 나서서 불식시킨 것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시가 미필적 고의로 코로나19 환자들을 숨지게 한 혐의 등(살인, 상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으로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부장검사 이창수)에 배당했다. 고발 하루 만에 수사에 착수한 모양새지만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검사는 “섣부른 강제수사는 오히려 신천지에 대한 수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지자체장들이 잇따라 ‘신천지 책임론’을 강조하는 배경엔 정부의 방역 대응 실패 책임을 검찰에 전가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미래통합당이 지난달 28일 ‘새누리당의 당명을 이만희가 작명했다’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이만희 총회장을 고소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밖에 ‘마스크 사재기’ 단속을 위해 ‘마스크 등 보건용품 유통교란사범 전담수사팀’도 구성했다. 신천지피해연대 측의 고발 사건은 수원지검 형사 6부(부장검사 박승대)가 수사하고 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이 총회장 횡령 배임 혐의 사건 수사를 맡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고발 내용이 비슷해서 결국 한 군데로 병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은 많지만 내부자 증언과 물증이 나와야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 삭제하고 있을 가능성”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일부 전문가는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행정명령 후 경찰공조체계로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사법당국의 공세적 개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 서울시장은 “이만희 총회장을 체포하는 것이 지금 검찰이 할 일”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이단·사이비 전문가 신현욱 신천지문제상담소 소장은 “검찰의 강제수사가 늦어지고 있는 사이 신천지는 시간을 벌며, 증거를 인멸하고 있을 것”이라며 “어떤 자료도 강제 조치가 있지 않는 한 스스로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신천지의 본질은 은폐성과 익명성”이라며 “강제수사를 통해 은폐성과 익명성을 드러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 총회장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 오히려 방역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공권력이 투입된다는 신호만으로도 신천지가 내분에 휩싸여 정부에 우호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금은 정치가 아니라 방역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현 시점에 신천지를 고발하는 것은 쓸데없이 행정력을 낭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발 시 신천지 교인과 적대관계를 조성해 오히려 방역 공조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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