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총재, “조치 취할 준비 돼 있다”
EU도 각 회원국에 재정지출 확대 주문
미국 중앙은행(Fed)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럽연합(EU)은경기부양을 위해 회원국들이 시기적절하게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사진)는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한 공식 성명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경제 전망과 금융시장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ECB는 경제에 미칠 영향과 인플레이션 목표 등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ECB는 근본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후 ECB가 공식 성명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선 ECB의 이 같은 공식 발언이 금리인하를 시사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긴급성명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8일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활동에 위험을 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고 보유한 수단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오는 12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금리인하 및 양적완화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달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가 멈추지 않자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루이스 데 권도스 ECB 부총재도 이날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가 수출을 저해하고 공급 사슬을 훼손하며, 서비스 수요를 둔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CB는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ECB가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확대에 먼저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의식해 양적완화에 나선 후 금리를 추가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ECB 기준금리는 제로(0)이며 예금금리(시중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적용되는 금리)는 연 -0.5%다. ECB는 경기 전망이 더욱 악화되면 예금금리를 현 연 -0.5%에서 최대 연 -1.0%까지 인하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다만 ECB는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각 회원국들이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데 귄도스 부총재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중앙은행을 항상 바라볼 수 없다. 우리는 전능하지 않다”며 “유럽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도 27개 회원국들에게 재정지출 확대를 주문했다. EU 집행위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를 주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매우 복잡한 상황을 겪고 있다”며 “회원국들에겐 모든 차원의 강력한 조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위험으로부터 성장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7개 회원국의 적절한 재정지출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재정지출 확대는 너무 일찍 가져가거나 너무 늦게 가져갈 수 없다”며 “매우 시기적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U 재무장관들은 오는 4일 원격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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