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K TV 시장 선점을 놓고 서로를 향한 '디스 공방전'까지 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재격돌한다. 단 지난해 글로벌 8K TV 시장점유율이 0.1%에 그쳤던 터라 8K TV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소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대두된다.
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형 QLED 8K TV 출시에 앞서 이날부터 오는 16일까지 사전판매를 진행한다. LG전자도 올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에 선보인 2020년형 LG OLED 8K TV'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정확한 출시 예정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QLED 8K TV 85인치형과 75인치형 2종을 새로 내놓는다. 삼성 QLED 8K TV는 베젤(테두리)을 최소화해 화면의 99%를 디스플레이로 채운 '인피니티 스크린'을 적용한 게 특징. 신제품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화질과 사운드, 스마트 기능까지 전작보다 성능이 일진보했다. 신제품에 새롭게 적용된 'AI 퀀텀 프로세서'는 딥러닝을 토대로 어떤 영상을 입력해도 화질을 8K로 끌어올려준다. 업스케일링 알고리즘으로 고화질 변환이 가능하다.
LG전자의 새 OLED 8K TV는 77·88형까지 2개 크기로 출시된다. 신제품은 AI 프로세서 '알파9 3세대(α9 Gen3)'가 적용돼 화질과 사운드를 최적화했다. 일부 모델에는 백라이트가 없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강점을 살린 '벽 밀착 디자인'도 적용된다. TV 전체를 벽에 완전히 붙여 시청 몰입감과 공간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글로벌 TV 판매량이 정체된 가운데 고급화·대형화 등 프리미엄 TV 선호도가 높아지자 양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화질 제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올해는 8K TV의 본격적 성장이 예견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해 전세계 8K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63만3700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8K TV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 2021년 135만6000대, 2022년 237만8000대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TV 화질을 두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 것은 이같이 '미래 먹거리'가 될 8K TV 시장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LG전자가 지난해 9월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 8K QLED TV의 화질은 국제 기준치에 미달한다"고 포문을 열며 시작된 양사의 날 선 공방전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TA)의 화질 인증을 획득하면서 일단락됐다.
양사가 진흙탕 싸움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8K TV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8K TV 출하량은 전체 출하량의 0.1% 이내에 그쳤다. 8K TV로 즐길 수 있는 전용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8K는커녕 4K 콘텐츠 보급도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4K화질)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3사 모두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UHD 의무편성 비율인 15%에도 이르지 못했다.
따라서 8K TV시장 몸집을 키우려면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8K TV의 필요성을 확실히 알리는 작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영상 화질을 자동으로 높여주는 업스케일링 기능을 이미 8K TV에 탑재한 양사는 최근 8K TV 콘텐츠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8K 화질 촬영이 가능한 '갤럭시 S20'으로 찍은 동영상은 QLED 8K TV의 스마트뷰 기능을 통해 곧바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영국 스포츠 중계 방송사업자 BT스포츠와 8K 방송 생중계 협업에 나서 이르면 오는 8월경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유명 스포츠 경기들을 QLED 8K TV를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LG전자도 지난해 주요 8K 영상은 물론 유튜브 사이트 8K 영상을 곧바로 재생할 수 있는 '업그레이더' 장치를 OLED 8K TV 구매 고객 전원에게 무상 제공했다.
이동통신사들 역시 최근 8K 가상현실(VR)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5G(5세대 이동통신) 확대와 맞물려 8K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IT(정보기술) 산업의 특성상 초기 기술 표준을 유리하게 만들어놔야 향후 시장 주도권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만큼 삼성과 LG 모두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8K TV가 왜 필요한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에 대해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