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중국 장비제조업체 화웨이가 자체 검색엔진·앱스토어·운영체제(OS)를 아우르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탈(脫)구글'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
화웨이는 지난 2일(현지시간) 구글 크롬과 비슷한 UI(유저 인터페이스)의 검색 애플리케이션 '화웨이 서치' 앱 베타버전을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테스트했다. 화웨이 서치는 검색기능과 함께 뉴스 속보, 날씨, 스포츠, 계산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구글 검색 엔진과 유사하게 영상·뉴스·이미지 등 영역별 검색도 할 수 있다.
화웨이 서치는 화웨이의 자체 생태계 '화웨이 모바일서비스(HMS)'의 중심축이다. 화웨이는 최근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에 대항하기 위해 화웨이 자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연동하는 HMS에 열을 올리고 있다 . HMS는 현재 중국을 포함한 170개국에서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분쟁 중심에 선 화웨이로선 자구책으로 HMS를 활성화해야 한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가 백도어를 통해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미국 정부 허락 없이는 구글 등 대다수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현재 화웨이 기기에선 구글 OS, 유튜브 등도 접근할 수 없다.
결백을 주장하며 미국 측에 거래제한 해제를 요구해온 화웨이지만 물밑으로는 자체 생태계 구축에도 힘써온 것이다. 화웨이 자체 생태계는 HMS와 자체 OS, 중국 제조업체 연합 앱스토어 'GDSA'로 요약된다.
HMS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유사한 '앱 갤러리'와 화웨이 서치 같은 화웨이 자체 앱, 서비스 등 사용자 대면 구성 요소와 'HMS 코어'라는 개발자 대면 구성 요소로 구성된다.
HMS의 핵심이 될 앱 갤러리에 화웨이는 약 1조2000억원(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앱 갤러리 월간 사용자 수가 이미 4억명에 달했다고 화웨이는 덧붙였다. 앱 갤러리는 HMS 코어에 등록된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앱을 올리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개발자가 기존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업로드했던 앱도 앱 갤러리에 올릴 수 있다.
단 구글이 자체적으로 만든 유튜브, 지메일, 구글 포토, 구글 지도, 구글 드라이브 등 구글 관련 앱은 앱 갤러리에서 내려받을 수 없다.
뿐만이 아니다. 화웨이는 신제품들에 자체 OS를 탑재하고 있다. 2012년부터 OS를 개발해온 화웨이는 지난해 첫 자체 OS '하모니'를 출시했다. 최근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s'에도 자체 OS 'EMU10'을 탑재했다. 곧 선보일 신형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P40 시리즈 역시 화웨이 OS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화웨이는 샤오미 오포 비포와 손잡고 '중국 연합 앱스토어 플랫폼'인 GDSA를 올 상반기 내 출시할 예정이다. 타 업체들도 미중 무역갈등 지속으로 화웨이 외의 중국 제조업체로까지 미국 금지령이 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동참했다.
GDSA는 4사의 모든 기기에서 작동된다. GDSA가 노리는 시장은 중국 내수시장과 함께 인도·스페인·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 구글의 시장점유율이 높지만 해외 시장에서 중저가 폰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제조 4사의 강점을 살리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자사의 강력한 출하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화웨이 생태계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 조사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6%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화웨이 관계자는 "현재 HMS에 등록된 개발자는 130만명 이상, HMS 코어와 통합한 앱도 5만5000개 이상"이라며 "많은 글로벌 개발자가 HMS 생태계에 합류했고, 이들이 만드는 앱이 화웨이 앱 갤러리로 출시돼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향상된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밖 시장에서도 이같은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자체 생태계 구축의 근간인 OS 시장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꽉 잡고 있어서다. 스마트폰 출하량 1위인 삼성전자의 자체 OS '타이젠' 마저도 모바일 OS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윈도 모바일), RIM(블랙베리10), 욜라(세일피시OS), 캐노니컬(우분투 터치), 모질라(파이어폭스OS) 등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모두 사실상 실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수년간 구글 제품과 GMS에 익숙해져 있다. 화웨이가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도 규모 확장 이상의 성과를 얻어내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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