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에도 IT, 전기차주 신고가 속출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조정이 시작된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펀드, 우선주 제외)은 모두 25개다. 코로나19나 정치 관련 테마주로 주목받아 단기 급등한 4개 종목과 경영권 분쟁 이슈가 걸려 있는 한진칼을 제외하고, 실적이나 업황 전망에 기반해 주가가 오른 종목은 20개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9개가 IT나 전기차 관련 종목이었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삼성전자의 높아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아 각각 10만5000원, 9940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미반도체는 코로나19에 대한 외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시설투자를 크게 늘릴 의지가 뚜렷하다”며 “최근 생산라인이 빠르게 가동되고 있어 근로자들이 휴가를 가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밖에 LG화학(41만9500원), 삼성SDI(34만3500원), 삼성전기(14만6000원), 더존비즈온(10만1500원), 삼화콘덴서(6만8400원), 코리아써키트(1만3100원) 등도 나란히 신고가를 기록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전기차 베터리 부문의 성장성이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으로 주목을 받았고 더존비즈온은 재택근무 등 비대면산업 수혜주로 부각됐다.
카카오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는 지난달 20일 19만500원을 기록,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직후인 2000년 초 단기 급등을 제외하고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키는 등 핀테크(금융기술)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지난해 출시한 광고 플랫폼 톡보드가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수출株에 관심
엔씨소프트도 68만7000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개임 ‘리니지2M’이 호평을 받은 게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664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및 소재 기업인 KSS해운(7970원), 현대에너지솔루션(2만9600원), 한국카본(9180원), 한농화성(5000원)도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건강기능식품 기업 서흥(3만9900원), BTS와 관련 있는 디피씨(1만1750원), 운송업체 동방(2650원), 자동차업체 엘브이엠씨홀딩스(5340원) 등도 조정장에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소비 위축 우려로 소비재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해외 수출을 주로 하는 소비재 기업에 대한 상대적 관심도 커졌다. 반등장이 오면 수출 중심의 소비재들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류업종인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보다 43.7% 늘어난 1228억원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에 공급하는 업체 중 두 번째로 많은 OEM 물량을 납품 중이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0배로 3개월 전(12배)보다 낮아졌다. 12개월 선행 PER이 15배 전후인 대만 등 글로벌 OEM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으로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다. 화승엔터프라이즈를 자회사로 둔 화승인더도 1만3400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
양병훈/고윤상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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