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복 입고 환자 20명 돌보면 숨이 턱밑…그래도 쓰러질 순 없죠"

입력 2020-03-04 15:46   수정 2020-03-05 01:12


“전국에서 빵, 과자, 음료수 등 격려물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힘이 됩니다. 서울·대전 등 대도시는 물론 소록도에서 환자를 돕겠다고 대구를 찾은 간호사도 있습니다. 장기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입니다.”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최전선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최연숙 간호부원장의 말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90%가 몰린 대구·경북 지역은 감염병 전쟁터다. 의료진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전신보호복을 입고 환자를 치료한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이 이들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대구·경북 밖에서 쏟아지는 온정의 손길에 고맙다고 했다. 감염병 사태 극복을 위해 국민들이 힘을 모아 도와달라고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구 구하자” 호소문에 화답한 의료진

환자가 입원할 병상이 부족한 대구에서 증상이 약하거나 없는 코로나19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이곳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는 “중앙교육연수원이 대구 1호 생활치료센터”라며 “의사 10명 등 60명이 이곳에서 환자를 보살피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이 회장은 ‘대구를 구하자’는 호소문을 썼다. 극심한 인력난에 환자들이 쓰러져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의사들이 대구로 달려왔다. 다행히 현장의 의사 인력난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대구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온 의사 350여 명이 곳곳에 퍼져 환자를 치료하고 진단한다. 입원하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하는 환자에게 매일 전화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 회장은 “의사 한 명이 10~20명의 환자를 맡아 전화로 문진하고 증상이 악화된 환자는 입원하도록 하고 있다”며 “중증 환자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가고 더 안 좋은 사람은 다른 종합병원으로 간다”고 했다.

간호사 한 명이 환자 20명 돌봐

환자 곁을 24시간 지키는 간호사들도 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303병상을 운영한다. 이날까지 입원한 환자는 250명이다. 39명이 추가 입원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간호사 115명이 8시간씩 3교대 근무를 한다. 중환자는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전담하고, 일반 병동은 간호사 1명이 20명의 환자를 돌본다. 최 간호부원장은 “나이가 많고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경증으로 입원했다가 상태가 안 좋아지기도 한다”며 “이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코로나19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대부분 3교대로 근무하면서 병원에서 쪽잠을 잔다. 혹시나 가족에게 피해를 줄까 하는 불안함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의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다. 대구의료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오남희 간호사는 “병동마다 40여 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며 “보호복을 겹겹이 입고 두 시간 이상 환자 곁에 있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절고 숨은 턱밑까지 찬다”고 했다.

돌봐야 하는 환자는 그대로지만 업무는 크게 늘었다. 전국에서 간호사들이 대구를 찾고 있지만 환자를 제대로 돌보려면 평소의 두 배 넘는 인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간호 인력이 부족한 이유다. “지치고 힘들다 보니 식욕이 떨어져 끼니를 거르는 때도 많습니다. 매일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고향인 대구를 지킨다는 생각을 하면 힘들지만 가슴이 벅차기도 합니다.” 오 간호사의 말이다.

“성숙한 시민의식 중요”

대구를 지키고 있는 의료진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건강한 사람은 가급적 집에 머물면서 마스크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마스크가 태부족인 상황에서 건강한 사람들이 마스크 사용을 줄이면 환자, 의료인 등의 마스크 부족 문제가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방호복과 의료용 마스크가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는 심리적 지지도 필요하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대구지역 환자는 무조건 신천지와 연결지어 비난하는 시선 등으로 인해 분노와 무력감을 많이 호소한다”며 “지금은 대구가 잘 회복할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지현/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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