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놀면 뭐하니…CCTV·내비·PC 부업하지

입력 2020-03-04 17:07   수정 2020-03-05 04:06


직장인 김윤호 씨(35)는 최근 중고제품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 ‘공폰(안 쓰는 구형 스마트폰)’ 몇 대를 구입했다. 서랍 속에 있는 예전 스마트폰을 꺼내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해 보니 꽤 쓸 만했다. 새로 산 공폰은 가정용 폐쇄회로(CC)TV와 블루투스 스피커로 활용하기로 했다.

예전에 쓰던 구형 스마트폰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스마트폰 스펙(제품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내구성도 좋아져 몇 년 지나도 기본 앱을 작동하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공폰의 활용을 돕는 앱 서비스 시장이 점차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스마트폰이 CCTV로 변신

공폰은 주로 블루투스 스피커, 동영상 감상 등에 쓴다. 차량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별도의 기기를 사지 않고도 공폰만 있으면 내비게이션으로 쓸 수 있다. SK텔레콤의 ‘티맵’ ‘카카오내비’ ‘네이버지도’ 등을 내려받으면 된다. 한 대의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로 동시에 활용할 수도 있다. 내비게이션 앱과 동시에 작동하는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용 블랙박스 앱을 설치하면 차량 전방의 상황을 녹화해 저장한다.

데이터 연결은 스마트폰의 테더링이나 핫스팟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매번 연결하기 번거롭다면 통신사가 제공하는 데이터 셰어링을 신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데이터 셰어링용 유심을 구매한 뒤 공폰에 꽂은 다음 기존 요금제에 가입한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나눠 쓸 수 있다.

집에서는 와이파이에 연결해 쓰면 된다. 알프레드, 씨씨티비(SeeCiTV) 등 스마트폰용 CCTV 앱을 설치하면 공폰이 보안 카메라로 변신한다. 씨씨티비 앱 관계자는 “별도의 기기를 구입할 필요가 없는 데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CCTV 못지않아 앱 다운로드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반려동물이나 어린 자녀를 키우는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공폰을 모니터에 연결한 뒤 삼성전자의 ‘삼성 덱스’를 실행하면 PC처럼 쓸 수 있다. 과거엔 ‘덱스 패드’ 등 별도의 액세서리가 필요했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USB 연결만으로도 쓸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공폰 활용 앱 시장 주목”

예전에 쓰던 스마트폰을 팔지 않고 갖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스마트폰 신제품을 살 땐 구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상판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보상판매 프로그램이 축소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시리즈 출시 때까지 진행하던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갤럭시노트 시리즈 출시 이후부터 운영하지 않고 있다. 통신사들도 중고폰을 매입하는 대신 2년 후 반납하는 조건에 신제품 가격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중고폰 판매업체 관계자는 “신제품을 살 때 대리점이나 통신사를 통해 구형폰을 반납하면 제값을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돼 보상판매 프로그램이 축소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스펙이 상향 평준화된 것도 공폰 활용이 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과거엔 스마트폰을 2~3년 사용하면 잘 작동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새 출시된 스마트폰은 제품의 내구성이 큰 폭으로 향상됐다. 고사양 게임을 즐기지만 않는다면 내비게이션, 가정용 CCTV 등 기본적인 앱 사용에 무리가 없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확산되면서 데이터 요금 걱정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최신 폰을 사더라도 쓰던 공폰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관련 앱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한종/윤희은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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