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장성숙 우신피그먼트 사장(65·사진)이 유일하게 선정됐다. 우신피그먼트는 잉크, 도료, 물감,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착색제인 안료를 생산하는 업체다. 고품질 친환경 안료 제품을 개발하는 등 40여 년간 안료업계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장 사장은 “20대 초반에 기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 사장은 중소·중견기업을 경영하는 대표적인 여성기업가다. 2016년 중소기업중앙회 역사상 첫 여성 부회장으로 선출돼 주목을 받았다. 은탑산업훈장,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19세이던 1975년 대성사라는 서울의 안료가게에서 경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려 600만원에 대성사를 인수했다. 지금의 우신피그먼트다.
지금도 크게 변하진 않았지만, 당시 여성기업가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장 사장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하면 건물 입구에서부터 ‘술값 받으러 왔느냐’ ‘그 남자와 어떤 관계냐’ 등 일종의 심문을 30분가량 받은 뒤에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며 “처음에는 ‘6개월만 버티자’는 생각이었는데,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성공하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세계적 안료기업인 독일 바이엘 자회사 란세스의 문을 두드리면서 길을 찾았다. 끈질기게 란세스를 설득한 끝에 원재료를 받아 국내에서 완제품을 제조하는 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창업 초기 2명이던 직원은 50여 명으로 늘었다. 거래처는 500여 개에 달하고, 매출은 지난해 약 480억원을 기록했다. 에버랜드, 리움미술관 등에 우신피그먼트의 친환경 안료가 쓰였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게 장 사장의 다음 목표다. 2013년 전북 익산에 제2공장을 완공해 국내 생산체계를 완비한 데 이어 베트남 호찌민 인근 동나이성(省)에 공장을 짓고 있다. 그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기업에 뒤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안료가 한국에서도 나온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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