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아문디운용은 여세를 몰아 올해 필승코리아 후속펀드를 출시하고 해외투자 ETF 등으로 펀드 라인업을 다양화해 운용업계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필승코리아·ETF가 성장 견인
‘애국 펀드’로 불리는 필승코리아펀드는 작년 운용업계 최대 히트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주로 반도체 관련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14일 출시됐다. 일본이 한국 대상 반도체 부품·소재 관련 수출규제를 강화해 양국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다.
애초 금융투자업계에선 필승코리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편입 종목 중 상당수가 코스닥 중소형주라 수익률 관리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와 함께 ‘관제 펀드’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각계인사의 가입 행렬이 이어지며 이 같은 의구심은 금세 수그러들었다. 정부의 소·부·장산업 육성책으로 편입종목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필승코리아 누적수익률은 지난 1월 20%를 돌파하며 상승곡선을 그렸다. 펀드 운용보수로 조성한 기금 중 일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부·장 기업 마스크 지원에 쓰였다.
NH아문디운용의 대표 ETF 상품인 ‘HANARO200’ 역시 작년 ETF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세로 이목을 끌었다. 이 ETF는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 코스피200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이 설정액 8조원을 넘기며 독주하는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200, KB자산운용의 KBSTAR200이 뒤를 쫓는 ‘3파전’ 구도였다.
2018년 3월 처음 HANARO200을 출시한 후발주자인 NH아문디운용은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내세웠다. ETF 수수료를 KODEX200(0.15%)의 5분의 1 수준인 0.03%로 책정하자 설정액이 빠르게 늘었다. 작년 11월에는 처음 1조원을 넘기며 코스피200 ETF 중 설정액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HANARO200의 활약에 힘입어 NH아문디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작년 1월 1.4%에서 올 1월 3.3%로 상승했다.
만기가 6개월 이내로 짧은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 이상) 등에 투자하는 하나로단기채펀드도 지난해 선전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초단기 우량회사채로 시중자금이 쏠리면서 설정액이 작년 7월 5000억원을 돌파했다.
채권·글로벌·EMP로 영토 확장
올해 NH아문디운용의 야심작은 필승코리아의 배턴을 이어받은 필승코리아30펀드다. 지난달 10일 첫선을 보인 필승코리아30은 주식형인 필승코리아에 채권을 혼합해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펀드자산의 30% 이하는 기존 필승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소·부·장 기업에 투자한다. 나머지는 국공채, 지방채, 특수채 등 신용등급이 양호한 우량채권을 주로 편입하고 있다.
NH아문디운용 관계자는 “필승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주식형펀드라 지역 농축협과 우체국 등에서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에 출시한 필승코리아30은 채권 편입 비중을 높여 위험을 최소화한 만큼 ‘국민 펀드’로 자리매김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필승코리아30은 출시 2주 만에 설정액 700억원을 넘어서며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새 먹거리로 떠오른 ETF에서는 채권과 해외투자 등으로 상품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첫걸음이 지난 1월 출시한 HANAROKAP초장기국고채 ETF다. 국내 최초로 국고채 만기 10년에서 30년에 이르는 초장기 발행물 지표종목 지수를 ETF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업계에서는 중단기 상품 일색인 국내 채권 ETF 시장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사이자 협력 파트너인 프랑스 아문디와 손잡고 글로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럭셔리 등 테마상품 출시도 추진할 계획이다. 베트남 VN30 지수를 활용하는 ETF 개발에도 들어갔다.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ETF에 투자하는 EMP 펀드의 잠재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출시한 글로벌대체투자인컴EMP펀드는 인프라 또는 리츠 등 해외 대체투자 ETF, 미국 장기국채 ETF 등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한다. 고배당주 또는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기존 인컴펀드와 달리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차별화 요소다. 헬스케어나 정보기술(IT) 업종 등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투자상품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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