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3월입니다. 3월 골프는 달래서 쳐야 한다고 하죠. 생각지도 못한 실수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일찌감치 시즌을 시작한 한 지인은 “그렇게 잘되던 드라이버가 갑자기 훅이 너무 많이 나 당황했다. 겨우내 연습한 게 말짱 도루묵이 됐다”고 했고, 또 다른 분은 “롱퍼팅 기술이 몇 개 있었는데 생각이 안나 황당했다”는 쓰린 기억을 전해줬습니다. 이번 주말 첫 라운드에 나서는 많은 분 중 상당수는 아마도 비슷한 낭패감을 겪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가장 잘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오락가락하는 거리감일 겁니다. 특히 그린에 공을 올리는 어프로치샷(파4는 두 번째 샷, 파5는 세 번째 샷)이 터무니없이 짧거나 길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 조절이 잘 안 돼서죠. 아직은 쌀쌀한 날씨로 근육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데다 샷 감각도 올라오지 않은 탓입니다. 뒤땅과 토핑, 섕크(shank)가 갑자기 난다고 하소연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일단 그린을 놓쳤다면 대개 20~30m 정도 거리의 그린 주변 어프로치가 많을 겁니다. 잔디는 아직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 짧을 테고요. 공을 잘 맞히지 못할 것 같은 심리적 부담도 큰 상황입니다.
저는 이럴 때 ‘사발스윙 어프로치’를 권합니다. 스윙궤도가 ‘V자’처럼 가파른 게 아니라 ‘U자’처럼 완만한 곡선, 즉 큰 사발 모양처럼 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손이나 팔을 사용하지 않고 가슴판과 어깨를 사용해 스윙을 하면 이런 U자형 사발궤도가 잘 나옵니다. 클럽헤드도 지면에 닿을 듯 낮게 지나다닐 수 있고요. 마치 롱퍼팅을 하듯 말이죠. 그러고 보니 사발스윙 어프로치는 스윙이라기보다 스트로크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사발스윙 어프로치의 강점은 잔 실수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토핑과 뒤땅, 섕크 같은 거죠. 게다가 스핀양이 많지도 않아 어프로치 거리가 일정해지고, 잘 굴러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반면 가파르게 찍는 V자 스윙궤도 어프로치 스윙은 뒤땅과 토핑이 날 확률이 높습니다. 스핀양도 들쭉날쭉해 잘 굴러가는 듯하다가 갑자기 서버리기도 하죠. 거리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뒤땅, 토핑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점점 더 가파르게 클럽헤드를 공에 쥐어박으려 합니다. 불안감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이죠. 이런 분들에게 사발궤도 스윙을 권하면 신기하게도 문제가 스르륵 해결되는 걸 많이 봤답니다.
사발스윙 어프로치를 하는 방법은 일반 어프로치와 똑같아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클럽페이스를 스퀘어로 놓기보다 살짝 열어주는 느낌으로 해보라는 겁니다. 헤드가 지면(잔디)과 공 사이를 잘 미끄러져 들어가게 되거든요.
아마추어 고수들의 공통점은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정말 잘한다는 겁니다. 또 띄우기보다 공을 잘 굴려서 ‘오케이’를 받아내는 데 능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샷에도 자신감이 있죠. 그린에 못 올려도 어프로치로 붙일 수 있으니 그렇습니다. 선순환이죠.
프로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퍼팅이나 그린적중률, 드라이버 비거리 등 주요 샷 지표에서는 1위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린을 놓쳤을 때 파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스크램블링’ 능력에서는 투어 전체 1위에 올라있습니다. 비상상황을 극복하는 실력이 골프의 진짜 실력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요.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