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이 나왔다. 여당은 그동안 부동산 시장 안정 차원에서 시중 유동성 자금을 늘리는 기준금리 인하에 부정적 의견을 냈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5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통화 당국(한국은행)의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장은 국제 사회의 공조 사례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와 주요 7개국(G7) 정부·중앙은행 총재들의 정책 공조를 사례로 들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일본 중앙은행도 유동성 확대 조치를 취했다”며 “국제사회와 발맞춰 추가 대책을 과감히 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압박성 발언은 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출신인 최운열 의원은 코로나19를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리 인하 카드가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의원은 “자영업자 등에 대출 이자가 낮아지는 측면은 있겠지만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유동성 확대로 인해 부동산 시장만 다시 들썩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더 낮아져 환율 역시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한국은행이 보다 빨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란 긍정론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을 우려해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는 한국은행에 “괜찮다”는 시그널(신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를 기다리지 말고 이달 중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낮춰달라는 것”이라며 “법안이 이날 올라간 추가경정예산안 집행 시기와 겹쳐진다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한국은행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내려도 마치 정치권이 시켜서 내린 모양새가 됐다”며 “내부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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