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처음 숨진 사람이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 감염된 것으로 미 보건당국이 추정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 크루즈선을 기항지인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정박시키고 주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랜드 프린세스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2주 넘게 묶여 있는 동안 706명의 감염자가 나온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같은 선사인 프린세스크루즈 소속이다. 미국에서 제2의 ‘코로나 크루즈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 북서부 플레이서카운티는 이날 “코로나19로 사망한 71세 남성은 지난달 탑승했던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 남성은 지난달 11~21일 샌프란시스코와 멕시코 엔세나다를 왕복한 크루즈선에 탄 다음 플레이서카운티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지난 3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날 숨졌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와 캘리포니아주는 해당 크루즈선 조사에 착수했다. 사망자와 함께 탔던 두 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현재 그랜드 프린세스의 탑승자 가운데 승객 11명과 승무원 10명 등 총 21명이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랜드 프린세스는 지난달 21일 승객 2600여 명, 승무원 1150여 명을 태우고 하와이와 엔세나다를 거쳐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이전 여정에서 사망 남성과 함께 탑승했던 60여 명이 여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보건당국은 멕시코로 향하던 이 크루즈선을 샌프란시스코로 긴급 회항시켰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사진)는 “선박 내 모든 승객이 각자의 객실에서 자가 격리 조치를 하고 있으며 탑승자 전원을 검사한 뒤 하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 보건당국은 이 배로 진단장비를 공수했고, 확보한 샘플은 리치먼드의 주 공중보건연구소로 보내 검사할 계획이다. CDC는 또 앞선 여행에서 사망자와 함께 탑승했던 승객 명단을 확보해 탑승객 전원을 추적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날 첫 사망자가 나온 데다 확진자도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53명으로 늘어나자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주정부는 예산을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등에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의료용품 사재기 및 가격담합 단속도 시작할 계획이다. 각급 병원은 환자 진단 및 치료에서 보다 높은 자율성을 갖게 되며 다른 주와 외국 의료인력 배치 절차도 간소화된다.
일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선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706명, 사망자가 6명 나왔다. 지난달 3일 요코하마항으로 돌아온 이후 한 달 가까이 밀폐된 공간에서 머무는 동안 3700여 명의 전체 탑승자 중 20%가 감염됐다. 일본 정부는 2월 19일부터 음성 판정자를 대상으로 단계적 하선을 허용했다. 하선 작업은 지난 1일 선장인 이탈리아인 젠나로 아르마를 포함한 131명이 내리면서 정박 후 28일 만에 완료됐다.
한편 미국에선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번질 경우 필요한 마스크의 1%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 보건복지부는 대유행 시 미국에서 의료 분야 종사자들에게 1년간 필요한 보건용 마스크(N95 마스크)를 최대 35억 장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미국이 비축하고 있는 양은 1.2%인 4200만 장에 불과하다.
강현우 기자/도쿄=김동욱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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