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대검찰청이 참여하는 정부 합동 조사단이 5일 신천지교의 경기도 과천본부를 행정조사했다. 그동안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놓고 ‘엇박자’를 내온 보건복지부, 법무부, 대검 등이 압수수색 이전 단계인 ‘행정조사’로 타협했다는 분석이다.
“압수수색 명분 쌓기용”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천지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신도 등 명단에 대해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신뢰성의 문제를 제기해 자료 검증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행정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중대본 역학조사팀과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이 이날 조사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포렌식 분석 인력을 지원했다. 조사 내용은 신천지 신도 및 교육생 명단, 예배별 참석 기록, 신천지 시설 주소 정보 등이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른 행정조사는 자료를 강제로 찾아 얻어낼 수 있는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과 달리 상대방의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는 것을 말한다. 압수수색보다 강제력이 떨어진다.
이번 조사는 압수수색보다는 행정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대검의 법률 조언에 따라 이뤄졌다. 중대본은 다수 환자가 감염에 노출됐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1~2월 대구 신천지 예배의 참석자 명단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고 지난 3일 대검에 강제수사 가능성을 문의했다. 대검은 감염병예방법에 규정된 방역당국의 자료제출 요구권과 강제처분권, 강제조사권 등에 따라 “방역당국이 우선 신천지를 상대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행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대검 역시 행정절차법상 행정관청 간 협력을 요청하는 ‘행정응원’ 제도를 통해 방역당국의 행정조사를 돕기로 했다. 대검 포렌식팀이 투입돼 신천지 본부가 삭제한 전산자료를 복구하거나 증거인멸 여부를 검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신천지 측이 거짓 자료를 낼 경우 즉각 압수수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코로나 관련 139건 수사
행정조사가 이뤄지면서 신천지 압수수색 등을 놓고 충돌해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도 당분간 ‘휴전 모드’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신천지 압수수색이 단행되더라도, 이를 통해 확보한 신천지 명단 등을 방역당국에 넘겨줄 수 있는지를 놓고 법무부와 대검 간 시각이 달라 향후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는 감염병예방법 18조 4조(자료제출 요구)에 따라 복지부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게 역학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고, 법무부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방역당국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 내부에선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활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견해가 많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한 압수수색 획득물을 외부로 유출하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신천지교 교주 이만희 총회장의 횡령 배임 등 개인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먼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종교단체에 대해 교주의 횡령 배임죄를 인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이 총회장에 대한 수사가 먼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검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관련 사건 허위 신고, 마스크 사재기 등 139건을 수사·기소했다고 밝혔다.
■ 행정조사
행정기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행하는 현장조사. 문서열람, 시료채취 등을 하거나 조사대상자에게 보고요구·자료제출 요구 및 출석·진술요구 등을 한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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