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변덕'에…케이뱅크 다시 나락으로

입력 2020-03-05 17:36   수정 2020-03-06 00:38

케이뱅크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추진됐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184명 중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부결됐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제외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마지막 문턱에서 좌초됐다.

1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인 케이뱅크는 고사(枯死) 위기에 몰렸다. 개정안이 무산되면서 새로운 자본을 수혈할 통로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정상 영업을 재개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KT를 대주주로 전환해 1조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KT가 작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게 되면서 KT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중단됐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1년 가까이 신규 대출을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모든 은행을 통틀어 대출 영업을 하지 못하는 곳은 케이뱅크뿐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지난해 4월부터 대출 중단…"성장 도모할 골든타임 놓쳤다"

국회 본회의에서 5일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케이뱅크는 큰 충격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 금융혁신 1호인 케이뱅크에 사실상 ‘시한부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는 반응이다.

개정안이 부결됐기 때문에 이번 국회 회기 내엔 관련 법안이 재논의될 수 없다. 오는 6월 새 국회가 열려 다시 법안을 내고 후속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그때까지 버틸 여력이 있겠느냐”며 “성장을 꾀할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의 대명사가 된 카카오뱅크보다 석 달 이른 2017년 4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출범 3년이 채 되지 않아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케이뱅크가 올해 정상 영업을 재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상 영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금조차 바닥을 보이고 있다. 선뜻 자금을 수혈해주겠다는 주주가 없는 데다, 신규 투자자를 구하기도 어렵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자금 확충만 제때 됐어도 이렇게 주저앉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가 정보통신기술(ICT) 주도의 새로운 혁신인데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논리가 개정안을 가로막았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불법 행위를 한 KT에 특혜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정안 반대 논리엔 금융산업의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엔 산업자본이 법령을 초과해 은행 지분을 보유하려면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이상) 전력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제는 대기업 한두 곳이 시장을 주도하는 과점 업종이 대부분인 국내 시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KT는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당초 정무위원회는 여당이 추진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야당이 원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서로 양보해 통과시키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 직전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정무위 의원들이 상임위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하면서 기류가 변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 간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김우섭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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