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현 스페이스워크 사장(37·사진)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설계사무소에 다니다가 2013년 경계없는작업실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2016년 스페이스워크를 창업하고 기존의 건축사사무소까지 인수했다. 공간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우주 유영’ 혹은 ‘공간 산책’을 의미하는 스페이스워크(spacewalk)로 사명을 지었다.
조 사장은 대학 때 컴퓨터공학 과목을 많이 수강하는 등 설계 자동화에 관심이 컸다. 개발 규모는 작지만 건수는 많은 소규모 개발사업에 적합한 솔루션을 찾는 데 주력했다. 서울은 2층 이하, 25년 이상 노후화된 건물 비중이 41%에 달하고, 건물이 있는 660㎡ 이하 토지가 전체의 90%라는 게 조 사장의 설명이다. 주차장 등 건축 관련 법규가 1년에도 수십 차례 바뀌고, 토지를 합필하면 사업성이 크게 달라지는 등 소규모 토지 개발에 변수가 많다. 조 사장은 “정보가 낱개로 흩어져 있는 소규모 도심 개발 시장에는 전문가도 참여하기 힘들다”며 “개별로 보면 작지만 전체로는 거대한 이 시장에 도우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2018년 AI 부동산 솔루션 ‘랜드북’을 선보였다. 심층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 알고리즘을 도입해 다양한 땅에 최적의 개발 해법을 제시하는 솔루션이다. 랜드북은 개발업체 등이 소규모 땅을 사기 전에 법규에 맞는 가설계를 하면 어떤 식으로 동을 배치해 원룸 몇 실이 나오고 사업성은 얼마나 있는지 바로 보여준다. 그래서 고객 중 건축설계사무소가 많다. 조 사장은 “건축 설계에서는 법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과거의 데이터나 기술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알파고처럼 건축 관련 규칙(법규)을 알려주면 스스로 학습하면서 해결책을 고안해 내는 방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고객층은 다양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심을 개발해야 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7개 공기관도 랜드북을 통해 개발사업 후보지를 찾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다. 농협은행 우리은행 테라펀딩 등도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랜드북을 통해 유료로 검토한 토지 면적만 50만㎡(1조5000억원)에 달한다.
조 사장은 올해 하반기 소규모 개발 사업에 직접 나설 계획이다. 잠재 개발 부지를 투자자에게 연결해주는 매수자문 등의 서비스도 선보일 방침이다. 조 사장은 “5년 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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