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대구·경북(TK) 지역 의원을 향해 ‘칼날’을 휘둘렀다. 그동안 공관위는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TK 지역 현역 중 절반을 교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쇄신을 위한 고삐를 당기면서 최종적인 TK ‘물갈이’ 비율이 70%를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6일 통합당에 따르면 공관위가 논의 중인 TK 지역 공천 배제(컷오프) 대상 의원엔 막말 논란에 휘말리거나 20대 총선 당시 ‘진박(진짜 친박근혜) 마케팅’을 벌여 국회에 입성한 인물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TK 지역구 의원들도 유력한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선수가 높거나 상대적으로 고령인 의원들도 검토 대상이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내가 먹은 욕은 약과다. 앞으로 먹을 욕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것”이라며 대규모 물갈이를 시사했다.
TK 지역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통합당 현역은 정종섭·장석춘·최교일·김광림·유승민 의원 등 전체 20명 중 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5명의 현역 의원이 공천 심사를 받았다. 공관위 관계자는 “용퇴를 권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며 “대거 컷오프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컷오프 결정에 이어 경선 지역으로 결정된 곳에서도 현역 탈락자가 나올 경우 현역 교체율이 70%가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옥중 통합 메시지를 내면서 통합당에서 컷오프당한 TK 의원들이 범우파 정당으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아 공관위의 쇄신 칼날은 더욱 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서신이 공천에 미친 영향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뜻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뭉치라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물갈이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자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부산·경남(PK) 지역에 이어 이날 TK 지역에서도 대규모 컷오프가 발표되면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인사들이 ‘무소속 연대’로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고수했지만 전날 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다음주 초에 탈당할 것”이라며 “살아 돌아가서 이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혔다.
경남 양산을에서 통합당 후보 출마가 무산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황교안 대표 측의 경쟁자 쳐내기와 김 위원장의 사감이 합작한 야비한 공천 배제”라며 “사악한 속임수에 속아 낙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홍준표다운 행동인지 오늘부터 숙고하겠다. 숙고는 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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