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사망자가 19명에 달하고 확진자가 400명을 넘으면서다. 수도 워싱턴DC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나왔다. 뉴욕주는 확진자가 급증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이날 서부 워싱턴주에서 2명이 숨져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19명으로 늘었다. 전날엔 플로리다주에서 외국을 다녀온 70대 노인 2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서부지역인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외에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것은 플로리다가 처음이다. 확진자는 이날 하루에만 100명 넘게 급증해 442명을 기록했다. 발생 지역도 31개 주와 수도 워싱턴DC로 확산됐다.
뉴욕주는 이날 확진자가 급증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보건당국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보강하고 관련 장비를 구매하겠다”고 말했다. 뉴욕주 확진자는 5일 22명에서 6일 44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이날 89명으로 하루 만에 두 배로 급증했다. 미국 50개 주 중 워싱턴주(103명) 다음으로 많다. 쿠오모 지사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초기 검사가 늦었고 주 정부에 뒤늦게 검사를 허용했다며 연방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유타주도 이날 첫 환자가 발생하자 곧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비상사태나 재난 상황을 선포한 주는 캘리포니아, 워싱턴, 플로리다, 인디애나, 켄터키, 메릴랜드,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해 모두 9개 주로 늘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주 차원에서 방역에 필요한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고, 감염 지역에 대한 여행 통제 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첫 코로나19 양성 추정 환자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워싱턴DC와 인접한 버지니아주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 버지니아 포트 벨보아에 배치된 미 해병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전날에는 워싱턴DC와 붙어 있는 메릴랜드주에서 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미 보수진영이 지난달 메릴랜드주에서 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자 중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행사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다만 이 환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이 없었고 콘퍼런스가 열린 메인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의 승객과 승무원 3533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하면서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날 감염 의심자 46명을 대상으로 한 1차 검사에선 21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미국 상당수 지역에서 검사 장비 부족과 비싼 검사비 때문에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감염됐는데도 자신이 감염됐는지 모르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중교통도 비상이 걸렸다. 미 철도회사 암트랙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워싱턴DC와 뉴욕을 오가는 직행 고속열차 ‘아셀라’의 운행을 10일부터 5월 26일까지 3개월 가까이 중단하기로 했다고 미 CNBC가 전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 미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감소하자 이달 말까지 항공편을 예약하는 고객에 대해 일정 기간 예약변경 수수료 없이 여행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구책을 내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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