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V의 공포…V자 반등 가능할까

입력 2020-03-10 15:38   수정 2020-03-10 15:40


최근 미국 및 유럽, 신흥국 등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해외 펀드 투자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당분간 위험 자산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금리 인하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 등으로 북미 지역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가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브라질 펀드, 한 달 새 13% 하락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2개 일본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1.38%(6일 기준)로 집계됐다. 주요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지역별 펀드 가운데 가장 낮다. 같은 기간 설정액도 122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부진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 닛케이225 등 주요 지수가 낙폭을 키운 결과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달 이후 13% 하락했다. 주요 경기 지표인 일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월 48.8에서 2월 47.8로 떨어졌다. 올 7월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최악의 경우 불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산정한 예상 입장권 판매 수입은 8억달러(약 9500억원)로 외국인 관광객 소비까지 고려하면 올림픽 취소는 일본 내수 진작 기회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중에선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저조하다. 주요 브라질 펀드(9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3.27%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생산활동 위축으로 원자재 시장이 주춤해지자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이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 하락률은 15%에 이른다. 통화가치 급락도 한몫했다. 올해 초 4.02헤알이던 달러당 헤알화 환율은 4.63헤알까지 치솟았다.

북미 유럽 등 수익률이 꾸준하던 지역의 펀드들도 코로나19 충격에 흔들리고 있다. 북미와 유럽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각각 -3.88%, -6.17%를 기록했다. 미국 원유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KB스타 미국S&P 원유생산기업(합성H)’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유가 하락 영향으로 북미 펀드 중 하락률(최근 1개월 -21.10%)이 가장 컸다. 미국은 지난 2월 말부터 주요 지수가 급락했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와 대선 레이스 등 영향으로 지수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지난 3일 Fed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미국 서비스업 회복 여부가 관건”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에서 펀드 수익률이 안정을 찾고 있다. 중국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6.1%에 달한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춘제(설) 이후 첫 개장일인 지난달 3일 하루에만 7.72% 폭락하면서 2746.41로 떨어졌지만 이후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며 3034.51(6일 기준)까지 회복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효정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글로벌투자운용본부 부장은 “인민은행이 지난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인하에 이어 대출우대금리(LPR)를 낮추는 등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지수 변동성이 커진 만큼 펀드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펀드도 1분기 실적 및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다음달까지는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이사는 “중국 증시가 정책 기대로 빠르게 올랐지만 경제지표, 기업 실적 등에 따라 조정받을 수 있다”며 “저가 분할 매수 전략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서비스업 경기 부진 해소 여부가 향후 수익률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빨라지면서 미국 서비스업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며 “증시가 반등해도 추격 매수보다는 현재 비중을 유지할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국내외 채권형 펀드 비중을 높이는 방법도 대안으로 꼽힌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특히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양호한 편이다. 국내 27개 북미 채권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57%에 달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채권 펀드와 채권 ETF에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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