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빈 살만, 왕족 네 명 체포…연내 왕위 등극 야욕

입력 2020-03-09 17:47   수정 2020-03-10 01:19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전 왕세자를 비롯한 최고위급 왕족 네 명을 전격 체포했다. 일각에선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4·사진)가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왕을 일찍 퇴위시키고 올 하반기 왕위에 오르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를 위해 위협이 될 만한 이들을 숙청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지난 6일부터 왕자 네 명을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 내무부 관료, 육군 고위 장성 수십 명도 쿠데타 시도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조사하기로 했다.

왕족 중 두 명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보다 먼저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사우디 차기 왕 후보에 올랐던 이들이다. 이번에 체포된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는 살만 왕의 사촌으로 2017년까지 왕세자 겸 내무장관이었다. 살만 왕의 유일한 동복 동생인 아흐메드 빈 압둘아지즈 왕자도 왕위 후보 물망에 꾸준히 오른 인물이다. 사우디는 그간 왕의 형제가 왕위를 계승했다. 2015년 집권한 살만 왕이 이 원칙을 깨고 빈 살만을 왕세자로 올렸다. 체포된 왕자 중 나머지 두 명은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의 동생과 아흐메드 빈 압둘아지즈 왕자의 아들이다.

중동 현지 언론인 미들이스트아이는 사우디 관계자를 인용해 “빈 살만 왕세자는 오는 11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왕이 되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다른 소식통은 “빈 살만 왕세자는 아버지인 살만 왕 생전에 왕위를 이양받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빈 살만 왕세자가 나라 안팎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주요 왕자들 숙청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 경제 개혁안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 경제의 작년 성장률은 0.3%에 그쳤다. 전년(2.4%)보다 훨씬 낮고, 정부 전망치인 0.4%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가가 크게 내리면서 사우디 증시도 급락세다. 9일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주가가 증시 개장 직후 10% 폭락해 거래가 일시 중지됐다. 이날 아람코 주식은 장중 27리얄에 거래됐다. 작년 상장 이후 최저로 공모가(32리얄)를 한참 밑돈다. 그간 아람코 주가는 유가 하락세에도 30리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이슬람권에서도 빈 살만 왕세자의 인기가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최근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를 방문하는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NYT는 “성지순례를 막은 것은 이슬람 역사에서 선례가 거의 없는 조치”라며 “이슬람 각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빈 살만 왕세자를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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