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와의 인연은 15년 전, 내 아들의 고등학교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J는 아들의 고등학교 친구였다. 유대인인 그의 부모는 모두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J가 의사 부모 말고 엔지니어 부모를 갖고 싶다며 “네 아버지 좀 만나게 해줄 수 없겠니?”라고 내 아들을 졸랐던 것이다. 마침 미국 출장을 가게 돼 그를 만났고, 이후 J는 나와 부자지간이 됐다.
J는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한 관심이 엄청났다. 이 친구의 특기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기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사를 마치고 구글을 다니기도 했는데, 구글의 검색 엔진보다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다며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결국 그의 아이디어에 구글이 자금을 투자했고, 그는 새로운 엔진을 개발해 수억달러의 이익을 남기며 구글에 되팔기도 했다.
이렇게 끈질긴 나의 양아들은 끊임없이 내게 질문을 던지고 피드백을 한다. 한번은 내가 보기에도 도저히 불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제시해 놓고 자기가 개발할 수 있다고 우겼다. 어떻게 하나 보자 싶어 내버려뒀더니, 밥 먹는 것도 잊고 무섭게 몰아붙이던 녀석은 3~4개월이 채 안 돼 개발에 성공해 나를 놀라게 했다.
비결이 뭘까. 유대인들의 교육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정에서, 밥상머리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때까지 묻고 또 묻고, 집요하게 해답을 찾아가는 대화법이 오늘의 J를 있게 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 교육에는 이런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질문과 탐구가 있는가, 사회적으로 도전과 실패에 대한 용납과 끊임없는 도전에 대한 응원이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내가 키우지는 않았지만 내 지식과 경험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는 J를 볼 때마다 ‘글로벌 인재’의 전형을 발견한다. 내 제자들을 비롯한 공학도와 산업 현장에도 끊임없이 해답을 찾아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집요함과 끈질김으로 미래의 신산업을 개척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