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전쟁에 루블화 폭락…러 "외화 팔겠다"

입력 2020-03-10 17:46   수정 2020-03-11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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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유가 폭락의 충격이 덮치면서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러시아를 비롯해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등 산유국 환율이 직격탄을 맞았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외환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멕시코 페소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은 달러당 21.18페소로 전 거래일보다 5.3% 상승(페소화 가치 하락)했다. 페소화 가치는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날 페소화 가치 하락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2016년 11월 이후 가장 컸다.

이날 또 다른 산유국인 콜롬비아의 페소화 가치도 전 거래일 대비 6.29% 급락했다. 남미 최대 경제국이자 산유국인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는 2%가량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0.1%가량 떨어지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을 포함해 1000억달러에 이르는 채무 상환을 미루겠다고 발표하는 등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날 러시아 루블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은 달러당 73.47루블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7%가량 올랐다. 그만큼 루블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루블화 환율이 73루블을 넘긴 것은 2016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유가 동맹이 깨지면서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타격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자 러시아중앙은행은 10일 외환시장에서 외화 매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달러 또는 유로화를 팔아 자국 통화 가치의 절하를 막겠다는 얘기다. 러시아중앙은행은 전날엔 향후 30일 동안 외화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통화도 약세를 보였다. 이날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은 달러당 4.22링깃으로 전 거래일 대비 1.2% 상승(링깃화 가치 하락)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인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화폐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상승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원 내린 달러당 1193원20전으로 마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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