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플로'…서비스 1년 만에 멜론·지니와 '3강'

입력 2020-03-10 17:14   수정 2020-03-11 00:29

SK텔레콤 계열 음악 플랫폼 플로가 출범 1년 만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음악서비스 시장에서 카카오 멜론, 지니뮤직에 이어 3위로 도약했다. 국내 음악서비스 시장이 멜론-지니뮤직의 기존 2강에서 플로가 가세한 3강 체제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플로에 맞서 다른 경쟁 업체들도 공짜·할인 마케팅에 적극 나서면서 음악서비스 시장의 저가 출혈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음악서비스 매출 두 자릿수 증가

10일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실사용자 기준 음악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멜론이 40.3%, 지니뮤직이 24.6%, 플로가 18.5%를 차지해 3강 구도를 형성했다. 바이브, 네이버뮤직, NHN벅스 등은 각각 3~4%에 머물렀다. SK텔레콤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가 2018년 12월부터 운영 중인 플로가 지난 한 해 동안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셈이다.

지난해 음악서비스업체들의 경영 실적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멜론을 포함한 카카오의 지난해 뮤직 콘텐츠 매출은 2018년보다 10% 증가한 5866억원, 지니뮤직은 35% 늘어난 2305억원을 기록했다. 드림어스컴퍼니의 매출도 1970억원으로 42.8% 늘어났다. 반면 NHN벅스 매출은 전년보다 3.5% 감소한 815억원을 거뒀다. 음악서비스 부문의 전반적인 매출 증가는 서비스 개선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늘린 데다 음악유통 부문도 성장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도 대부분 늘었다. 지니뮤직이 18% 증가한 81억원, NHN벅스가 27.8% 늘어난 85억원을 기록했다. 1위 카카오 멜론은 손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큰 폭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플로를 운영하는 드림어스컴퍼니는 2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플로, ‘공짜 마케팅’으로 대규모 영업손실

드림어스컴퍼니의 대규모 영업손실은 플로의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판매관리비 증가 때문이다. 드림어스컴퍼니는 매출의 75%가량을 차지하는 음악 콘텐츠 사업을 업계 선두권으로 올려놓기 위해 모기업인 SK텔레콤과 사실상의 ‘공짜 마케팅’을 펼쳤다. SK텔레콤 고객을 대상으로 3개월간 플로의 스트리밍 상품을 월 100원(정상가 7900원)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SK텔레콤 고객들이 플로를 월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은 음악저작권자들에게 이용 횟수만큼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점유율은 높였지만 그만큼 적자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음악저작권법 징수 규정 변경으로 음악권리자에게 지급하는 저작권료는 60%에서 65%로 늘었다.

음악서비스 시장, 저가 출혈 경쟁 가열

한 음악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올 들어 음악서비스시장의 저가 출혈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며 “플로의 공짜 마케팅을 경쟁업체들이 방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멜론은 2개월간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놨다. 지니뮤직은 모바일 전용 무제한 듣기 상품을 첫 달 1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바이브는 무제한 듣기 상품을 첫 달에무료, 이후 4개월간 1000원에 들을 수 있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음악서비스업체들은 국내 시장에 뛰어든 유튜브뮤직과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79개국에 음악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1위 업체 스포티파이도 조만간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음악서비스업체들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올해 글로벌 음악서비스업체들에 맞서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5G(5세대) 실감형 서비스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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