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대입정책'에 사교육비만 대폭 늘었다

입력 2020-03-10 15:11   수정 2020-03-11 01:33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2만1000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10.4% 늘어난 것으로 200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오락가락하는 대학입시 정책이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0일 내놓은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규모는 21조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2009년 21조6000억원을 기록한 뒤 최근 10년 새 최대치다. 사교육비 총규모는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으로 2018년보다 3만원 늘었다. 2015년 1.0%에 불과했던 전년 대비 상승폭은 올해 10.4%까지 커졌다. 학교급별로 보면 고등학생 월평균 사교육비가 36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13.6% 늘었다.

초등학생은 29만원, 중학생은 33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3%, 8.4%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3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74.8%로 전년보다 1.9%포인트 늘어났다.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만을 대상으로 계산한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9000원에 달했다. 고등학생은 59만9000원, 중학생과 초등학생은 각각 47만4000원, 34만7000원이었다.

지역별, 소득별 사교육 격차도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서울(45만1000원)은 가장 낮은 전남(18만1000원)의 약 2.5배에 달했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3만9000원으로 200만원 미만인 가구(10만4000만원) 대비 약 5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이유로 대입 정책의 잦은 변화를 꼽고 있다. 정부는 2018년에 2022학년도 대입 제도를 개편한 뒤 1년 만인 지난해 또다시 고쳤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16개 서울 주요 대학은 2023학년도 대입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 전형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입시 정책이 자주 바뀌면 불안한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더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사교육비 증가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대입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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