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21세기 차르' 야욕…2036년까지 장기 집권 노린다

입력 2020-03-11 15:21   수정 2020-06-09 00:0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대 2036년까지 장기 집권을 위한 헌법 개정에 나섰다. 현행 ‘대통령직 3연임 금지’ 조항을 일부 개정해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 다시 대통령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개헌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의 개헌안 2차 심의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어떤 시민도 대통령직을 수행함에 있어 한계가 없어야 한다"며 "발렌티나 테레슈코바 하원의원이 제안한 방안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여당 통합러시아당 소속인 테레슈코바 의원은 "새 개헌안에 대통령 임기 제한을 없애든지 현직 대통령도 다른 후보들과 함께 입후보할 수 있는 조항을 넣자"고 제안했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20년 넘는 장기 집권을 위한 야욕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과거 푸틴은 2000년 임기 4년의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뒤 2연임에 성공해 8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이후 ‘계속해서 3선 금지’라는 조항에 막혀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임기 6년으로 바뀐 대통령직에 다시 복귀했고, 2018년 재연임에 성공해 2024년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4기째 집권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다음 대선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2024년 이후) 권력교체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2회로 제한해야 한다"며 "임기 제한을 아예 없애는 방안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대로 개헌안이 통과되면 푸틴은 2024년 대선 때부터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최대 32년간 대통령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푸틴은 "이번 개헌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공식 판결을 내릴 때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푸틴의 의중을 반영하는 판결을 해왔음을 고려할 때 개헌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운동가들은 개헌안 국민투표 하루 전인 다음달 21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집권 집단을 위한 헌법 개정은 용납할 수 없다"며 "20년 이상 권력이 바뀌지 않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지난 1월 연례 국정연설에서 대통령 권한은 축소하고 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을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당시에는 푸틴이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강력한 권한을 갖는 국회의장이나 총리 자리에 앉아 실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대통령직에 오르겠다는 야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마련된 새 개헌안은 하원 3차 심의와 상원 승인 절차를 거쳐 다음달 22일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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