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국내 유망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일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제품력을 개선하기 위해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에는 컨설팅, 네트워크 등 글로벌 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지원을 통해 회사를 육성하고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스타트업 대상 설명회도 열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한국법인인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초청해 ‘사노피 챌린지’ 설명회를 열었다. 2018년부터 사노피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헬스케어기업 스카이랩스 같은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서다.
스카이랩스는 세계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여는 사노피 챌린지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 선정됐다. 스카이랩스는 심장 상태를 24시간 검사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인 ‘CART’를 개발했다. 김상균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임상시험 수행 등에 적용하면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백신 접종, 제약 영업,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사노피 챌린지에 참가한 국내 기업은 총 일곱 곳으로 지난해(한 곳)보다 크게 늘었다.
사노피 챌린지에서 선정되면 유럽 최대 혁신기술 콘퍼런스인 ‘비바 테크놀로지’의 사노피 부스에 기술을 전시할 기회가 주어진다. 사노피 내 관련 사업부로부터 비즈니스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사노피 최고경영진 앞에서 회사와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스카이랩스 관계자는 “우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과 의료기기의 시장성을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며 “사노피가 준비하는 사업 방향에 맞춰가면서 유용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국내 스타트업 역량 높이 평가”
사노피 외에 존슨앤드존슨, 바이엘, 머크 등도 헬스케어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행사를 국내에서 활발히 열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2017년부터 서울시와 함께 ‘서울 이노베이션 퀵파이어 챌린지’를 개최하고 있다. 수상기업 두 곳은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하는 자격과 컨설팅, 해외 진출 지원, 기술 개발 및 사업화 멘토링 등을 받게 된다. 지난해 선정된 이마고웍스는 AI와 3차원(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외과·치과 수술 준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업체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머크가 개최하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독일 본사의 머크 이노베이션 센터나 중국 상하이의 이노베이션 허브 중 한 곳을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3개월간 최대 5만유로(약 6800만원)의 사업 지원금이 주어진다. 머크의 고위 경영진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머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바이엘은 KOTRA와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반려동물 건강 관리, 스마트팜 등과 관련된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그랜츠포앱스 액셀러레이터’를 매년 열고 있다.
배경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는 “주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잠재적 파트너로서 국내 스타트업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국내 법인들이 본사와 국내 스타트업을 잇는 다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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