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감면 vs 현금 지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가운데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 등 정부가 돈을 직접 뿌리는 현금 지급 방식과 기업 및 개인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감세를 놓고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이냐는 것이다.
미국은 전방위적 감세 카드를 꺼내든 데 비해 한국은 재난기본소득 등 현금 지급 방식 위주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감세를 촉구하는 쪽에서는 “세금을 감면하면 가처분소득이 늘어 내수 진작, 투자 촉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취약계층 생계 지원 등을 위해 즉각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회를 찾아 3000억달러 규모의 급여세(payroll tax·근로소득세) 면제안을 논의했다. 이와 달리 한국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중 2조원가량을 5대 소비쿠폰(일자리·휴가·문화·관광·출산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국민 1인당 50만~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난기본소득 도입과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논의하기 위해 ‘2차 추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11일 “지금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감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세금 감면과 현금 지급 중 어떤 것이 경기 부양에 효과적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첫 번째 쟁점은 ‘감세가 낙수효과로 이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작년 11월 ‘감세승수 추정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감세가 정부지출보다 경제성장에 1.8배 효과적”이라며 “기업 감세는 투자 촉진 효과를 내고, 근로소득세를 줄여주면 가처분소득 증가에 더해 실업자와 비경제활동 인구의 취업 유인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즉각 반론자료를 내고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의 감세 조치는 소비·투자 등 지출 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등 감세 조치가 경제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다”며 “감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으며 기업과 고소득층이 감세에 따른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했다”고 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도 쟁점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통 감세보다 현금 지출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고 보지만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적인 현재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얘기가 다르다”며 “오프라인 소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소비쿠폰이나 재난기본소득이 자영업자들이 체감할 만한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재난기본소득 등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현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 쟁점은 감세와 현금 지급 중 어느 방식의 ‘비용’이 적은가 하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 지급은 정부가 선택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최고의 선택지는 아니다”며 “현금 지급은 세금을 거둬들인 뒤 다시 나눠줘야 해 결론적으로 10을 나눠주기 위해 10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현금쿠폰(상품권 등) 발행 시 국비 또는 자치단체 재원이 발행액의 3~4%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 역시 법 개정 등 행정비용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사안의 시급성을 따져볼 때 현금 지급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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