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인도 오지 말라"…세계 경제 60%가 '출장길' 꽉 막혔다

입력 2020-03-12 17:22   수정 2020-03-13 01:01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럽발(發) 입국을 한 달간 차단하기로 했다. ‘중국 봉쇄령’에 이어 ‘유럽 봉쇄령’까지 발령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미국과 중국, 유럽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세계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에서 “우리는 중국에 대해 조기 행동(입국제한)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조처를 했다”며 “이제 유럽에 똑같은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3일부터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 국가로부터의 여행을 30일간 막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사실상 입국금지에 해당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미국처럼 과감한 조치를 하거나 중국 등 코로나19가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부터 여행을 제한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코로나19의 집단 발병지 중 상당수가 유럽을 다녀온 여행객과 관련 있다고도 했다. 한국시간으로 12일 0시 기준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에서 확진자가 매일같이 수백~수천 명씩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입국 전 14일 내 유럽을 방문했던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시민권자와 직계가족,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입국이 제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무역은 여행 제한에 절대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제한은 상품이 아니라 사람을 멈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비즈니스엔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럽은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주요 교역국이란 점에서다. 특히 2018년 기준으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비중은 23.6%며 유럽연합(EU)은 22.0%, 중국은 15.5%다. 단순 계산하면 세계 경제의 60%에서 직간접적으로 비즈니스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과 중국에 대해선 “상황이 개선되는 것에 따라 현재 시행 중인 (여행) 제한과 경보를 재평가할 것”이라며 여행제한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 국무부는 현재 한국에 대해 총 4단계 여행경보 중 3단계 ‘여행재고’를 유지하면서 대구에 대해선 4단계 ‘여행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선 출발 공항에서 발열검사를 해 체온이 38도를 넘으면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연설 이후 13일부터 60일간 장병 및 가족들의 한국, 이탈리아 등 여행경보 3단계 발령 국가 여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주둔지 변경, 임시 파견, 정부 지원 휴가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여행이 금지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정한 여행경보 3단계 국가는 한국 이탈리아 중국 이란 등 4개국이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는 급속히 늘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 결과를 보면 한국시간 12일 오후 3시 기준 확진자는 1312명, 사망자는 38명에 달한다. 전날보다 감염자는 300명가량, 사망자는 8명 늘었다. 발병지역도 수도 워싱턴DC를 포함해 최소 41개 주로 확산됐다.

워싱턴DC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DC 외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한 주는 서부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 뉴욕,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 23개 주로 늘었다. 미국 내 코로나19 진앙지 중 한 곳인 워싱턴주는 이날 250명 이상 집회를 금지했다.

미 국립보건원은 정규시즌에 들어간 미 프로농구(NBA)에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미 대학농구협회는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대학농구 경기를 관중이 없는 상태로 열기로 했다. 미 국무부는 오는 24~25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릴 예정이던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를 화상회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척 슈머 원내대표를 비롯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국적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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