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하루에도 열 번이 넘는 재난문자가 쏟아지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특히 관련없는 지역의 확진자 현황까지 자주 오는 탓에 아예 재난문자를 안 본다는 사람도 많다.
전국 재난문자 하루 178건
12일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발송된 재난문자는 전국 기준으로 2577건이다. 지난해 2월(86건)의 30배에 달한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1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75건)의 26배가 넘는 1965건이 발송됐다. 매일 약 178건의 재난문자가 전국에 발송된 것이다.
지역 주민에게 확진자 발생 현황과 동선은 꼭 필요한 정보다. 하지만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안전수칙, ‘오늘의 추가 확진자 없음’ 등 긴급하지 않은 문자까지 보내고 있다. 마스크 5부제가 처음 시행된 이번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매일 오전 7시께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마스크 구매 대상 및 관련 정보가 식약처 홈페이지에 있다고 공지하는 내용이다.
주거지 또는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의 재난문자를 받는 시민도 많다. 서울 강남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최모씨(29)는 “은평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성동구 등 서울 전체 구에서 하루에 문자가 수십 건씩 온다”며 “집이나 직장 근처에서 확진자가 나왔을지 몰라서 문자가 오면 확인은 하지만 너무 피곤하다”고 말했다.
재난문자, 기지국 통해 일괄 발송
행정안전부의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재난문자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LTE(4세대 이동통신) 기지국을 통해 발송된다. 라디오처럼 특정 기지국 인근에 있는 휴대폰에 일괄적으로 문자가 보내지는 방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지국의 전파를 받는 휴대폰에 문자가 보내지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경계에 있으면 다른 지자체 재난문자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LTE의 경우 장애물이 없으면 반경 15㎞ 안에 있는 휴대폰에 문자를 보낼 수 있다. 행안부는 SK텔레콤과 발송 범위를 수백m 단위로 좁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문자는 국민 각각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주기에 효율적인 수단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이 반복적인 내용에 피로도가 쌓이면 막상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보지 않을 수 있다”며 “안전수칙은 정부 사이트 등을 통해 공지하고, 재난문자에는 해당 지역 확진자 동선 등 긴급한 정보만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은 예방이 가장 중요한 만큼 재난문자를 통해 받는 정보가 개인과 사회의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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