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악용해 마스크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올리고,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해 폭리를 취하는 편법 판매자와 해당 오픈마켓에 당국이 강력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피해자들은 판매자의 악용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오픈마켓 플랫폼 측은 '벌점 부과' 솜방망이 제재에 그쳐 분통을 샀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장인 선모씨(35)는 지난 1월 29일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지마켓에서 KF94마스크를 구입했다. 선씨가 결제할 당시 마스크의 가격은 60개에 약 1만원이었지만, 이틀 뒤 동일 상품 가격은 약 23만원으로 급등했다.
선씨가 1만원에 구매한 마스크는 배달되지 않았고, 이틀 뒤 상품 페이지는 삭제됐다. 선씨는 판매자에게 연락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 이후 지마켓 측에 문의하자 업체 측은 선씨에게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입고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주문 건은 모두 발송 예정이며 제품 수급이 안정화되는 대로 출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선씨는 기다리면 출고가 된다는 말에 제품이 배송되기를 기다렸지만 지난 9일 결국 판매자로부터 주문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는 "한달반이나 기다렸는데 돌아오는 게 마스크가 아닌 주문 취소 통보"라면서 "지마켓에 항의했더니 적립금 2000포인트를 보상으로 준다고 하더라"면서 황당해 했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씨처럼 마스크가 배송되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주문이 취소돼 허무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마스크를 구매했는데 판매자 사정으로 주문 취소한다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이 시국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판매자에게) 페널티를 주라고 고객센터에 민원을 남겼다"고 불만 섞인 글을 게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 판매업체는 지마켓에서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4일까지 총 11만9450개(추정치)의 마스크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가격을 올려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오픈마켓인 지마켓은 벌점이나 상품 노출 제한이 오픈마켓 측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지마켓 관계자는 "위법상품 등록, 위조상품 판매 등 법령이 정한 금지행위를 의도적·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판매자를 탈퇴시킬 수 있다"며 이번 사례는 탈퇴 요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지마켓 대응에 선씨는 "지마켓이 판매자 '퇴출'이 아닌 벌점을 부과하거나 제품 노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포인트 적립 보상을 운운한다"면서 "이 같은 솜방망이 제재가 결국 유사한 마스크 부당 판매 재발로 이어질까봐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온라인상거래 플랫폼의 책임성을 더 강화애햐한다는 취지에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이 개별 영세 쇼핑몰이 아닌 대형 오픈마켓을 이용하는 이유는 중개업자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면서 "중개업자는 입점된 사업자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전자상거래법에서는 판매자의 일방적 판매 거절에 대해 처벌한 근거가 없다"면서 "해당 법률에 대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편법 판매자들의 전자상거래법 등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법 위반 확인 시 시정명령 등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위와 같은 사례를 두고 오픈마켓을 처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판매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에 불과해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했을 때 오픈마켓을 처벌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업체 측에 추후 위법적인 요소를 따져 제재할 계획"이라면서 "지마켓과 같은 플랫폼사업자에는 입점한 업체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행위를 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해줄 것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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