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내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선언과 함께 패닉 장세를 보인 하루였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는 8년5개월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겨우 1800선을 지켰고 외국인은 6거래일째 '셀 코리아'를 외쳤다. 코스닥시장은 장중 550선까지 주저앉았다.
◆투자심리 냉각…코스피 1830선으로 후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3.94포인트(3.87%) 내린 1834.33에 장을 마쳤다.
간밤 미국 증시는 WHO의 팬데믹 선언에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5.86% 급락하는 등 주요 3대 지수는 5%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팬데믹 선언은 글로벌 경기 악화를 사실상 공식 인정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이에 코스피 지수는 전날에 이어 1900선이 무너지며 하락 출발했다. 장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실망감은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럽에 대한 입국 제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특별한 대책이 나오지 않자 지수는 빠르게 낙폭을 확대했다.
이후 지수는 5% 넘게 폭락하며 1808.56까지 주저앉았다. 선물 시장에서는 5% 이상 급락세가 1분간 지속돼 프로그램 매매를 5분 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도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1분 이상 5% 넘게 하락할 경우 발동,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된다.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진 2011년 10월4일 이후 약 8년5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며 "주요국이 경기부양책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증시 하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1차 지지선은 1820선, 최악의 경우엔 2차 지지선이 1740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닥, 장중 550선으로 밀려…원·달러 환율 급등
외국인은 6거래일 연속 '팔자'를 외쳤다. 8972억원 매도 우위였다. 개인 기관은 각각 5364억원 2851억원 매수 우위였다. 하루만에 돌아온 기관 중에선 금융투자 기타법인의 매수세가 돋보였다.
프로그램으로는 차익과 비차익 모두 1336억7700만원, 990억5300만원 매도 우위로 전체 2327억3000만원이 빠져나갔다.
전 업종이 파랗게 질렸다. 기계 건설업 의료정밀이 6~7% 급락했고 섬유의복 종이목재 화학 비금속광물 운수장비 유통업 등도 4~5% 떨어졌다.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 상위주(株)도 울상을 지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석 달만에 장중 5만원선이 깨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SDI SK텔레콤 엔씨소프트는 2~3% 하락 마감했다. 삼성물산 LG생활건강 현대모비스는 4% 넘게 빠졌고 LG화학 현대차는 5~6%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도 5% 넘게 빠졌다. 전날보다 32.12포인트(5.39%) 하락한 563.49에 마감했다. 지수가 560선에서 장을 마친 건 지난해 8월7일(종가 564.64) 이후 7개월만이다.
지수는 장중 6% 넘게 폭락하며 555.47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개인 기관의 팔자세가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각각 691억원 869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482억원 순매수했다.
시총 상위주 가운데 맏형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소폭 하락했다. CJ ENM 케이엠더블유 원익IPS는 6~7% 급락했다. 펄어비스 스튜디오드래곤 SK머티리얼즈 씨젠 휴젤 메디톡스 등은 4~5%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만에 급등하며 1200원대로 다시 진입했다. 전날보다 13.5원 오른 1206.5원에 장을 마쳤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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