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칼 '3자 주주연합'이 12일 법원에 조 회장 측 우호지분 3.8%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와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주주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224만1629주(지분율 약 3.8%)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3자 주주연합은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조 회장 측과 표 대결을 준비 중이다.
주주연합은 "조 대표이사가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해온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조 대표의 대량보유변동보고에 전혀 합산돼 보고되지 않았던 주식이므로 그 의결권 행사가 자본시장법에 따라 당연히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는 정기 주총을 앞두고 조 회장 지지 의사를 표시해왔다. 자가보험은 임직원의 사망 및 건강이상에 대비한 보험이다. 직원들이 매월 일정금액을 내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내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사우회는 임직원과 지역사회의 복리 증진을 위한 단체로 회사가 설립 당시 기본자금을 출자했다.
주주연합은 "이들 단체는 모두 대한항공이 직접 자금을 출연한 단체고, 그 담당자도 대한항공의 임직원으로 조 대표가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단체는 조 대표의 특별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총 안건을 정하기도 전에 조 대표와 의결권의 공동 행사를 합의한 '공동보유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및 한진칼의 경영진이 이들 단체들 주식보유 내역을 장기간 감춰왔다고도 비판했다. 본래 이들 단체는 대한항공 지분을 소유했으나 2014년 한진칼이 대한항공에서 떨어져 나와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으로 바꿔 받았다.
주주연합은 "내부의 결재문서에 따르면 자가보험의 경우 '한진칼 보유지분 강화로 경영안정성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보유 대한항공 주식을 한진칼 주식으로 임의 교체(현물출자에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감원에 지분 공시 및 대외 노출을 피하기 위해 한진칼 보유주식 지분율을 5% 이하로 유지하도록 회사가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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