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없을 때, 그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고 하지요. 너무도 당연한 것이어서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것일수록 더욱 그런 게 아닐까요. 늘 먹던 누군가와의 한 끼 식사, 습관 같은 친구들과의 수다, 매일 하던 운동까지….
엊그제 저도 골프행사가 취소돼 모처럼 부모님이 계신 춘천을 다녀왔습니다. 그저 무탈해서,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늘 똑같았던 루틴’의 의미가 새삼 특별하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모든 스포츠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골프대회도 코로나19로 4월 중순까지는 열리기 힘들 것 같다는 소식입니다. “연습 좀 더 하면 되죠. 뭐!”라며 씩씩하게 말하던 한 후배의 목소리에서 거의 반년 가까이 ‘실업’ 상태를 견뎌야 하는 현실의 무거움이 겹쳐지는 듯해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하루빨리 되찾기를, 그리고 그때까지는 ‘유비무환’할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이번엔 초봄 라운드에서 곧바로 써먹을 만한 팁을 하나 공유하고자 합니다.
바로 ‘파3 티높이 높이기’입니다. 필드레슨을 할 때 80~90%의 골퍼들이 효과를 봤을 만큼 기특한 ‘팁’입니다.
티를 지면(잔디) 위로 약 1.5~2㎝ 정도 넉넉히 올라오도록 높게 꼽는 겁니다. 대다수 골퍼들이 길어야 0.5㎝ 정도 올라오게 꼽는 것과는 달리 엄청나게 과감한 티높이 전략이죠.
프로들은 대부분 다운블로 스윙으로 내려가면서 쉽게 치는 반면 일반 골퍼들은 어퍼블로로 올라가며 임팩트 되기 때문에 약간의 높은 티가 정타 확률을 높입니다. 작년 상금순위 1위인 최혜진 선수도 파3에서 높은 티 전략을 이용합니다. 낮게 꼽는 걸 좋아하던 골퍼들은 불안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걸 찍어 칠 수도 없고, 올려 칠 수도 없고”라며 말이죠.
그런데 실전 효과는 정말 좋습니다. 열에 아홉은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로요. 제대로 맞으면 반클럽정도 더 나가고 방향성도 무척 좋아지기 때문이죠.
요령은 간단합니다. 어드레스를 할 때 지면에 클럽헤드를 대지 않고 약간 들어서 하는 겁니다. 지면에 대고 하면 힐쪽에 맞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찍어치려는 의도없이 클럽헤드가 ‘공이 있는 자리를 휘두르며 지나가듯’ 완만하고 부드럽게 스윙하면 끝입니다. 공이 부드럽게 헤드에 붙었다가 날아가는 느낌이 확실해질 겁니다.
원리는 특별한 게 없습니다. 기본 스윙의 힘입니다. 힘으로 만드는 히팅이 아니라 회전의 가속력으로 헤드에 일을 맡기는 정석 스윙입니다. 그저 익숙하지 않았을 따름이죠.
한 가지 주의할 점. 잔디가 긴 티잉 그라운드에서 이런 방식으로 아이언티샷을 할 때입니다. 이때는 1.5~2㎝ 높이로 꼽은 줄 알았던 티가 실제로는 3㎝ 이상의 높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러면 클럽헤드가 티를 때리거나, 공이 페이스 윗부분(하늘쪽)에 맞아 비거리가 제대로 안 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거리를 넉넉히 보라는 점입니다. 주말골퍼들은 대개 자신의 비거리를 살짝 과장되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타로 제대로 맞았을 때를 주로 기억한 결과라는 통계조사가 있는데, 사실 실전에서 정타를 맞힐 확률은 절반도 채 안 되거든요. 필드레슨에서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그린을 길게 놓치는 경우보다 짧게 놓치는 경우가 훨씬 많답니다.
마지막으로 어드레스를 했을 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 풀어야 한다는 겁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뚜렷한 차이 중 하나가 ‘자기 수정’ 능력의 유무이기도 합니다. 프로는 어드레스 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 곧바로 어드레스를 풀고 다시 루틴을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이상한 느낌인데도 밀어붙여 샷을 하면 여지없이 문제가 터진 경험칙이 있기 때문이죠. 몸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신호를 보낸다는 얘깁니다.
파3 티높이를 평소보다 높이는 실험을 할 때도 느낌이 이상하면 한 번 자세를 푼 뒤 여유를 갖고 루틴부터 다시 해보세요. 성공 확률을 높이는 한 가지 요령입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