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는 ‘신대륙 발견자’라기보다 유럽과 아메리카의 교역 물꼬를 처음 튼 개척자였다. 그는 세 번이나 더 이 코스를 왕래하며 무역로를 닦았다. 신대륙의 설탕과 은, 감자, 옥수수 등이 구대륙으로 몰려들면서 유럽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는 유럽의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질서의 재편을 앞당겼다. 커피와 초콜릿, 토마토, 담배, 고무 등 신대륙의 작물과 원료는 각국의 문화와 역사까지 바꿨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지금도 콜럼버스와 관련한 지명이 많다. 미국을 시적으로 표현할 때에는 콜럼버스에 여성형 어미를 붙인 컬럼비아(Columbia)를 쓴다. 수도 워싱턴DC의 공식 명칭은 컬럼비아특별구(District of Columbia, DC)다. 오하이오주에는 콜럼버스라는 도시가 있다. 라틴아메리카에는 콜롬비아공화국이 있고, 콜럼버스의 스페인식 이름인 콜론을 지명으로 쓰는 곳도 파나마 등에 수두룩하다.
콜럼버스가 개척한 신항로 덕분에 대륙 간 교류와 무역이 급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7000억달러(약 851조원)를 넘었다. 이런 대서양 길이 코로나19 때문에 막히고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영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의 미국 입국을 30일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이 조치로 월 110만여 명의 유럽인이 미국 땅을 밟지 못하게 됐다.
글로벌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까지 초비상이 걸렸다. 528년 전 콜럼버스가 배 3척으로 연 대서양 항로가 막힘으로써 항공기 6700여 편의 하늘길마저 끊겼다. 독일 이민자의 후손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팬데믹(대유행) 쇼크’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국내 방역뿐 아니라 ‘대서양 봉쇄’의 후폭풍에 대비한 전략까지 동시에 세워야 할 처지가 됐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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