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생긴 신조어다. 감염병이 퍼지면서 사람들 간 모임 또는 만남이 줄고 이 때문에 생긴 우울감을 뜻한다. 혹시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건강염려증도 우울감을 키우는 원인이다. 마음 건강이 무너지면 면역력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감염병 유행 상황을 이겨내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정신건강을 지키고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는 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혹시 나도 코로나19? 건강염려증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면 불안감이 커진다. 이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정보를 찾게 되고 이 때문에 감염병 정보에 더욱 예민해진다. SNS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번지는 것도 문제다. 이를 계속 접하면 불안감이 커지고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우울증 또는 불안장애로 이어질 위험도 높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건강염려증을 치료하는 지름길은 심리적 압박을 주는 요인을 찾아 이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감염병은 시간이 경과하면 종식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신종 감염병 때문에 생기는 불가피한 상황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가 확실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보건소, 선별진료소 등의 연락처를 알아두는 것도 좋다.
감염병이 지역사회로 확산되면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두려운 상황을 겪은 뒤 정신적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생긴다. 공포, 슬픔, 무기력, 쇼크, 절망, 분노, 정서적 마비, 애도 등의 정서적 반응이 생긴다. 피로, 수면장애, 통증, 면역 저하, 소화기능 감소, 성욕 감소 등 신체적 증상도 나타난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에 문제가 생겨 의사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억장애도 흔한 증상이다.
감염병에 걸린 사람에게 지나친 경계심과 혐오감을 느끼고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건의 원인과 영향을 왜곡시키면서 타인을 비난하게 된다. 흥분해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적당한 불안과 스트레스는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보이는 정상적 반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문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지 않으면 20%는 중증 증상을 계속 호소한다. 10%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악화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심리요법과 약물요법을 활용해 치료한다. 트라우마를 준 사건에 관한 감정을 글로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건에 대한 모든 감정을 글로 털어놓는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긍정적 생각과 연대감이 치료약
긍정적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도움된다. 신경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면역력을 높여준다. 부정적 생각은 줄이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특정한 타인에게 과도한 경계심을 보이거나 희생자에게 비난을 가하는 것은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무너진다.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되지 않는 행동이다.
심리적인 요인은 신체 건강에 많은 영향을 준다. 미국심장학회 학술지(서큘레이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낙관적인 여성은 비관적인 여성보다 심장마비 발생률이 16% 낮았다. 50~79세 폐경기 여성 9만725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다. 낙관적인 여성은 심장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비관적인 여성보다 30% 낮았다. 냉소적이고 적개심을 지닌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암이 생길 위험이 23% 높았다. 사망률도 16% 높았다. 낙관적인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등에 걸릴 확률도 더 낮았다.
전문가들은 물리적으로 만나기 힘든 때인 만큼 정서적 연대감을 높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물리적으로 많은 사람이 고립되지만 정신적으로는 끈끈히 연대할 기회”라며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내적으로 더 강인해질 수 있는 시기”라고 했다.
지금은 혼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아니다. 모두 힘든 시기를 겪어나가고 있다. 주위를 돌아봐야 한다. 기침예절, 손 씻기, 모임 자제,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긍정적으로 극복해낸 경험이 모이면 오히려 나쁜 사건을 겪은 뒤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노래 부르기, 낮잠도 기분 전환에 좋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 우울감이 커졌다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우울감을 줄이는 것도 도움된다. 노래 부르기는 신체 저항력을 높여준다. 명상 및 걷기 운동처럼 호흡 훈련도 할 수 있다. 산소를 더 많이 흡입하고 순환기를 자극해 활력이 생기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르면 표현력과 창의력이 높아진다. 합창 공연자가 노래한 뒤 기분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높아졌다는 독일의 연구 결과도 있다.
20분 정도 질 높은 낮잠을 자는 파워냅도 정신건강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만 낮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일 또는 주말 동안 집안에서만 하루를 보내며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잠깐의 낮잠이 도움된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활동을 줄이고 있지만 틈틈이 햇볕 쬐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햇볕을 쬐면 활력을 주고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많이 나온다. 뇌 움직임이 빨라져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부모님 안부도 자주 확인해야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노인들은 젊은 사람보다 활동량을 더 많이 줄인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층 사망자가 늘면서 집 밖 외출을 삼가는 노인도 많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인들은 평소보다 고립감이 더 심해질 위험이 크다. 우울감, 식욕·의욕 저하, 피로감 등은 노인 우울증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틈틈이 하는 게 좋다. 김성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태극권이나 요가를 통한 이완요법은 우울증 회복뿐 아니라 노인 신체단련에 좋다”며 “태극권은 매우 느리게 보이지만 운동 효과가 상당하고 나이든 사람이 하기 좋은 수련”이라고 했다. 요가는 관절염,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산소 운동만큼 효과가 있다.
멀리 떨어진 부모님의 안부를 자주 묻는 것도 중요하다. 자식 걱정이 크지만 쉽게 오가지 못하고 연락도 잘 하지 못하는 부모에게는 큰 심리적 위안이 된다. 김 교수는 “사회적 교류가 잦아든 지금을 기회로 삼아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화 또는 화상 연결을 통해 부모님이 편찮은 곳은 없는지, 생필품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등을 자주 확인하는 게 좋다”고 했다.
특별한 주제 없이 시시콜콜한 대화도 괜찮다. 대화할 때는 ‘힘내세요’ ‘감사해요’처럼 힘이 되는 말을 하면 더 좋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노인은 누군가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을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성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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